[이슈프리즘] 금융지주 직제까지 간섭하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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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사항 지배구조 모범관행
자율경영 침해·현실성 떨어져
강동균 금융부장
자율경영 침해·현실성 떨어져
강동균 금융부장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경영진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놨다. 모범관행은 이 원장의 의중을 문서로 정리한 ‘이복현표’ 모범답안이다. CEO 선임 및 경영 승계 절차, 이사회와 사외이사제도 운영과 관련한 30개의 세세한 원칙이 담겼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CEO 선임 및 승계 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핵심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CEO를 뽑을 때 내부와 외부 후보자 간 차별을 없애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특히 일부 금융지주가 CEO 후보 육성 수단으로 운영해온 부회장직을 문제 삼았다. 부회장직이 회장 승계 코스가 되면서 지배구조 ‘세습’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부회장직은 금융지주 핵심 사업부문의 협업체계를 강화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과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후계자 양성과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검증 수단으로도 활용돼왔다. 경영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계열사 CEO에게 지주 부회장직을 맡기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에서 차기 리더 후보군을 발굴하고 검증하기 위한 내부의 시험대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부회장직을 체계적인 경영 승계 프로그램의 모범사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부회장직이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과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 자리 등을 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해 은행 역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모범관행에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금융회사의 자율 경영을 위협하는 조치다. 다른 회사에 근무 중인 외부 후보자의 경우 ‘겸업 금지 의무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경영 전략 등 민감한 내부 자료를 어느 수준까지 제공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회사 경영 현황을 파악한 외부 후보자가 다른 회사에 취업할 경우 기술 유출과 같은 ‘산업스파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 직위를 받아들일 외부 후보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사실상 금융지주에 부회장 자리를 없애라고 주문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KB금융과 하나금융을 겨냥한 경고라는 얘기도 들린다. 4대 금융지주 중 부회장 자리를 둔 곳이 두 곳뿐이어서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부회장직 유지와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통상 연말에 조직을 개편하고 경영진 인사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융지주 CEO 선출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간섭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모범관행을 내세워 사실상 부회장직을 없애라고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당국과 정치권이 CEO 선정에 공공연하게 개입하는 상황에서 모범관행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가다간 금융당국이 직접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뽑겠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놨다. 모범관행은 이 원장의 의중을 문서로 정리한 ‘이복현표’ 모범답안이다. CEO 선임 및 경영 승계 절차, 이사회와 사외이사제도 운영과 관련한 30개의 세세한 원칙이 담겼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CEO 선임 및 승계 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핵심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CEO를 뽑을 때 내부와 외부 후보자 간 차별을 없애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특히 일부 금융지주가 CEO 후보 육성 수단으로 운영해온 부회장직을 문제 삼았다. 부회장직이 회장 승계 코스가 되면서 지배구조 ‘세습’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부회장직은 금융지주 핵심 사업부문의 협업체계를 강화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과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후계자 양성과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검증 수단으로도 활용돼왔다. 경영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계열사 CEO에게 지주 부회장직을 맡기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에서 차기 리더 후보군을 발굴하고 검증하기 위한 내부의 시험대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부회장직을 체계적인 경영 승계 프로그램의 모범사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부회장직이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과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 자리 등을 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해 은행 역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모범관행에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금융회사의 자율 경영을 위협하는 조치다. 다른 회사에 근무 중인 외부 후보자의 경우 ‘겸업 금지 의무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경영 전략 등 민감한 내부 자료를 어느 수준까지 제공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회사 경영 현황을 파악한 외부 후보자가 다른 회사에 취업할 경우 기술 유출과 같은 ‘산업스파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 직위를 받아들일 외부 후보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사실상 금융지주에 부회장 자리를 없애라고 주문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KB금융과 하나금융을 겨냥한 경고라는 얘기도 들린다. 4대 금융지주 중 부회장 자리를 둔 곳이 두 곳뿐이어서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부회장직 유지와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통상 연말에 조직을 개편하고 경영진 인사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융지주 CEO 선출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간섭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모범관행을 내세워 사실상 부회장직을 없애라고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당국과 정치권이 CEO 선정에 공공연하게 개입하는 상황에서 모범관행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가다간 금융당국이 직접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뽑겠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