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7~11월) 국내 쇼핑 카테고리 앱 다운로드 1위(아이지에이웍스 집계)는 중국 테무다. 테무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불과 3개월 만에 7배 폭증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국내 직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6.6%에 달했다.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공룡은 모기업의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 물류센터를 짓고, 홍보·대관 조직을 신설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아마존의 진입을 막을 정도로 강력했던 쿠팡 등 토종 e커머스의 방파제가 중국의 공세 앞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 온플법에 묶여 알리 대항마로 못 클 판

막강 화력 앞세운 알리, 테무 공세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한국 판매가 급증하자 홍보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지난달 MAU는 707만 명으로 쿠팡과 11번가에 이어 3위다. 1년 전(343만 명)과 비교해 두 배 늘었다.

직구 시장만 기준으로 삼으면 알리의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2020년 건수 기준으로 16.0%인 점유율이 지난해 26.6%로 뛰었다. 올해는 30% 선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온라인 소매시장 점유율(거래액 기준)은 지난해 24.5%였다.

중국에서 가장 성장세가 빠른 e커머스인 판둬둬가 지난해 9월 미국에 선보인 테무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가입만 하면 30만원 공짜’ 쿠폰을 배포할 정도다. 알리바바의 지난 24일 기준 시가총액은 4492억3900만달러(약 585조원)에 달한다. 판둬둬 시총은 464억달러(약 60조4600억원)를 기록했다.

쿠팡은 온플법 규제로 발목 잡힐 ‘위기’

중국 e커머스의 공습과 관련해 국내 유통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중국산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다이소에서 구매하는 일상 소모품 중 상당수가 중국산인데 알리와 테무는 중간 유통을 없앰으로써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쓰고 버린다는 생각에 샀다가 막상 써보니 좋더라는 인식이 퍼지면 알리와 테무가 국내 소비자의 쇼핑 습관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알리바바그룹의 럭셔리 쇼핑몰인 티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등 국내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으로 사전 규제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이 중요한 갈림길”이라며 “국내 법규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e커머스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플법이 연말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고,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이 독점 사업자로 지정되면 쿠팡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온플법이 자사 우대를 엄격히 금지해서다.

일부 시민단체가 온플법 제정 이유로 거론하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서도 알리, 테무 등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의 국내 가입자 수는 이미 600만 명을 넘었다. IT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 등 중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기술은 미국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개인 쇼핑 습관에 최적화된 리테일 AI 기술은 중국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가성비 상품을 넘어 고가 상품군으로도 한국 시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