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회사)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났지만, 재계는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해외 헤지펀드가 아닌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가 국내 1위 타이어 회사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취약한 기업은 언제든 M&A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회사 지분 42.0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 평균 지분율이 23.2%(9월 말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3년 전 경영권 분쟁을 벌인 형제들의 지분율이 30.35%에 달해 공격의 지렛대가 되긴 했지만, 조 회장도 높은 지분율만 믿은 채 2차 공격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ESG 경영을 선택이 아니라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 사항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 사태가 재계에 던진 메시지다. 경영권 공격의 핵심 빌미가 된 것은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다. 2020년 업무상 횡령 등으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또 재판받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 이유에 대해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그중에서도 거버넌스, 즉 기업 지배구조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회사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도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이번 사태 직전까지 주가는 제자리였다. 조 회장은 지난 21일 “IR(기업설명) 측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며 “주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과 함께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대적 M&A 시도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대표적인 방어 장치로는 차등의결권이 거론된다. 미국, 일본 등은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에게 주당 10배 안팎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적대적 M&A 때 기존 주주에게만 저가로 신주인수선택권을 부여하는 ‘포이즌 필’도 주요 선진국이 도입한 경영권 방어 장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