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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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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게 피해자의 삶"
    엉터리 반성문도 감형·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합의 의사

    [※ 편집자주 = 올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판결이 났습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가해자에게 대법원은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기까지 피해자는 범죄 피해를 회복하기도 전 스스로 사건을 파헤쳐야 했고, 언론의 앞에 서서 피해를 공개하는 또 다른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게 만든 기존의 수사와 재판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연합뉴스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두편에 걸쳐 전달합니다.

    ]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범죄 피해자가 되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50여명의 피해자를 만나 돕고 있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도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서 외부인처럼 취급받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범행 후 달아난 가해자 때문에 밤잠을 못 자고 떨고 있던 피해자에게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알려준 건 경찰이 아닌 언론 기사였다.

    이상 동기 범죄였음에도 가해자가 뻔뻔하게 "피해자가 째려봐서"라며 범행 동기를 밝힌 사실 역시 기사를 보고 알았다.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수사가 완료되고 첫 재판에 들어가서는 범죄 현장 폐쇄회로(CC)TV 속 '사라진 7분'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수사기관의 사건 조사 기록도 피해자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신분이 가해자에게 드러나는 것을 감수하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형사소송 1심이 끝난 뒤에야 수사 기록을 받아볼 수 있었다.

    A씨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하는데, 민사 소송에 쓸 형사 사건자료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문서 송부 촉탁을 신청했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수사 혹은 재판에서 피해자가 사건과 관련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피해자는 이처럼 항상 사건에서 배제돼 있다.

    재판의 당사자는 담당 검사와 피고인이다 보니, 피해자가 방청을 따로 하지 않으면 자신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재판에서 이렇듯 부수적인 존재로 전락하다 보니 '사과는 피해자가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도 법정에서는 예외다.

    A씨는 "1심에서 돌려차기 가해자가 반성했다는 이유로 8년이나 감형됐다"며 "반성문을 살펴보니 반성은커녕 거짓말과 자기변명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의 감형은 국가가 피해자에게 하는 2차 가해"라며 "국가에 버림받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성토했다.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피고인의 중요한 감형 요소인 합의에서도 피해자의 목소리는 항상 빠져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법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합의해보라"며 피고인의 재판 기일을 연장한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걸면 합의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형된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법정에서 진술하고 싶어도 이조차 검찰이 별도 신청할 때 가능하다"며 "국가는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를 징벌하는 것인데, 이런 법원이 당사자인 피해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쩌나"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합의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등 법원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소통해야 재판 내 균형이 맞춰지고 피해자도 위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범죄가 발생한 이후 국가로부터 적절히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범죄 피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추스르기도 전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간 관 연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당사자가 챙기지 않으면 지원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지원받기 위한 첫 단계인 범죄 피해 신청이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전 절차 역시 아직도 직접 방문과 수기 작성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완의 돌려차기 사건](하) 피해자 구제 시스템 구축해야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준강간치상 범죄 피해자 B씨는 "위층에 사는 가해자의 주거지에서 범죄가 발생해 이사를 위한 주거 지원을 요청했지만,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당장 이사 가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범죄가 발생한 현장 바로 아랫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3년 뒤 출소하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범죄 회복으로 힘들어하는 피해자가 알아서 신청하고 지원받아야 하는 이중 고통을 겪어야 한다"며 "관계 기관 역시 범죄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보니 적절하게 활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가 발생했을 때 국가에서 기관 간 연계로 먼저 피해자를 위한 제도를 알려주고 신청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후 이러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됐는지 사례별로 확인하고 관리해 제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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