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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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증시를 이끈 빅테크주 ‘매그니피센트 세븐(The magnificent seven)’ 열풍이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버블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붐에만 집중한 투자자들이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고 빅테크 투자에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소형주와 경기순환주 등 투자 분야를 다각화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5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리처드 번스타인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가 “올해 메가캡 기술주의 상승은 극단적인 투기의 결과”라며 비판했다고 말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는 증시에서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매그니피센트 세븐’로 불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들은 올 들어 S&P500 상승률인 26%에서 반 이상인 58%를 기여했다.

투자심리가 매그니피센트 세븐에 집중되면서 다른 종목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S&P500 지수 수익률보다 좋은 성적을 낸 종목의 비율은 30%를 밑돌았다. 1990년대 이후 비율 중앙값인 49%에 크게 못 미쳤다. 마켓워치는 주식 분석가들을 인용해 “일반적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확대되는 초기 강세장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 출신인 번스타인은 이같은 상황이 1990년대 후반의 IT 버블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인공지능(AI) 등 단 7가지의 성장 스토리만 있다고 확신하고 있고, 이는 버블의 특징인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현실에는 AI 외에도 미국 등 주요국들의 공급망 리쇼어링(해외 진출 자국기업의 국내 복귀) 등 다른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IT 버블 때도 투자자들은 인터넷의 잠재력에만 주목하다 관련 주식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번스타인은 IT 버블이 절정이었을 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익분기점을 회복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시야를 넓히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투자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주목할 부문은 소형주와 경기순환주, 산업재, 미국 외 주식 등을 꼽았다. 소형주 벤치마크 지수인 러셀2000(RUT) 지수는 이달 들어 12% 이상 오르며 S&P500 지수 상승률(4.1%)을 제쳤다.

찰스슈왑의 수석 투자전략가 케빈 고든도 “올해 랠리에서 기이한 점은 빅테크의 상승세가 아니라 나머지 시장이 이 정도로 약세를 보였다는 사실”이라며 번스타인과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경제 경착륙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나머지 시장이 (빅테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