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가 26일 삼성 호암재단 주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나노과학에 대해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가 26일 삼성 호암재단 주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나노과학에 대해 "나노미터 단위에서 물질의 성질과 구조를 연구한다"며 "디스플레이, 반도체, 배터리, 의료 분야 등 다양한 곳의 기술적 한계를 열어주는 '도우미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삼성 호암재단 제공
“세계적인 연구를 하려면 인간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오늘날 학계에서는 아인슈타인처럼 혼자 똑똑하다고 성공할 수 없어요. 수많은 동료 연구자와 공동 연구가 필수입니다.”

나노과학의 권위자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모인 학생들 1만5000여명에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비결을 이렇게 전했다. 삼성 호암재단이 개최한 이날 강연에는 현 교수와 같은 호암상 수상자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가 청소년의 꿈과 미래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했다. 강연회는 오는 28일까지 3일에 걸쳐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

"혼자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못해"

현 교수는 초미세 반도체 결정인 퀀텀닷(양자점)을 대규모로 균일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합성법 덕분에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성질을 지닌 퀀텀닷이 대량 생산됐고, 퀀텀닷은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TV 등에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현 교수는 유력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꼽혀왔지만, 아쉽게 올해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그는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현 교수는 “지난 십여년간 발표한 모든 중요한 논문 중 우리 연구실만의 힘으로 완성한 논문은 없다”며 “지금도 나노기술의 의료적 적용을 연구하기 위해 의대 교수들과 함께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겸손하게 자기를 내려놓고 먼저 숙일 줄 알아야 여러 사람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도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박사과정 시절을 꼽았다. 그는 “박사 과정 3년 간 아무런 가시적 성과가 없어서 꽉 막힌 콘크리트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학교 화학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수없이 읽으며 그 연구자들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이걸 내 연구에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과학자? 인간관계 좋아야"…삼성 호암재단, 청소년 강연회 개최

"AI 이기려면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라"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인공지능(AI)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꿈을 키워야 하는지 전했다. 그는 “이미 주어진 방대한 정보를 잘 정리해 답을 도출하는 AI가 상용화된 시대”라며 “우리 인간은 평균점을 찾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새로운 답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독특하고 새로운 답은 굉장히 커다란 꿈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AI와 다른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구체적인 방식을 질문했다. 김 교수는 ‘아주 다양한 사람을 만나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나는 심리학을 연구하다 막히면 카센터를 운영하는 친구와 대화한다”며 “서로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과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친구는 나에게 차 수리법을, 나는 그 친구에게 심리학을 설명할 때 각자 지식에 대한 이해가 커진다”고 답했다.

자신이 이미 아는 내용을 전혀 다른 방식과 분량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과정은 내가 아는 지식을 다양한 관점과 각도로 보는 ‘초강력 사고력 훈련’”이라며 "실리콘 밸리 창업자들이 자신의 물건을 유치원생들에게까지 설명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 연사로 참여한 이다슬 프리랜서 성우는 아나운서, 쇼호스트, 댄서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꾸리는 ‘N잡러’로서의 경험에 대해 강연했다. 오는 27~28일에는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에 선정된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 호암상 수상자인 선양국 한양대 석좌교수 등이 등장한다. 이번 강연회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벤터스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 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또 신청 없이도 호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