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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게 보편적인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그 어느 때보다 더 바쁘게 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배달 라이더들이다.
5년차 배달 기사 전성배 씨(38)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쌓인 눈을 뚫고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했다. 전 씨는 토시, 신발, 겉옷 등 각종 방한 용품을 장착한 채 서울시내 곳곳을 누볐다. 그는 "장갑과 오토바이 핸들 열선에만 20만원가량 투자했다"고 말했다.
전날 내린 눈으로 도로가 얼어버린 상황에서도 전 씨가 일을 하러 나온 이유는 연말이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전 씨는 “크리스마스는 단가가 가장 많이 뛰는 날인 만큼 무리해서라도 일한다”고 설명했다. 6년 차인 장혁 씨(32)도 “평소보다 시급이 1.5~2배 정도 높다”고 거들었다.
이날 배달 기사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배달 기본료는 통상 배달 단가 3000~4000원의 두 배 수준인 건당 5000~8000원으로 치솟았다. 배달 플랫폼들은 일정 미션을 해내면 2만5000원을 보너스로 주는 각종 프로모션까지 내걸고 기사를 모집했다. 코로나 이후 등록 배달 기사 수는 늘고, 주문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라이더들의 수입은 예전만 못하다. 날씨할증, 연휴할증이 붙는 날 높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게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4년 차 배달 기사 위대한 씨(32)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든 후 체감상 콜 건수가 20~30% 줄어든 것 같다”며 “이제는 장마철과 한파 때를 빼면 업무 시간 대비 수익이 잘 나는 날이 많지 않다”고 했다.
남들 다 쉴 때 추위를 견뎌내며 일하는 배달 라이더들은 때로는 대중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딸배'는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일부 배달원을 비하하는 용어다. 이를 두고 장 씨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사들이 훨씬 더 많다"며 "새해에는 라이더들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성탄절에 전성배 씨와 그의 동료 위대한 씨(32), 장혁 씨(32)와 대담을 나눴다. 이들은 각종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전업 라이더들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배달 일을 시작하셨나요?
전성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할 무렵 8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배달 대행을 시작했습니다.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려다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입문했습니다. 현재 여러 플랫폼 배달 대행 라이더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배달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4년 전쯤 오토바이 한 대를 빌려 배달대행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장혁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인의 권유로 2018년도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단체 생활이 어려워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일을 찾았습니다. 배달이 제 적성에 딱 맞았습니다. 요즘에는 손님을 마주할 필요 없이 음식을 문 앞에 둔 다음 문자나 알림을 보내면 됩니다. 사람에게 치일 일이 없습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시나요?
전성배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에서 하루 평균 7시간씩 일합니다.
위대한 서울 잠실, 경기 하남 등의 지역에서 배달합니다.
장혁 서울 마포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활동합니다.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점심을 먹고, 저녁 8시에 퇴근합니다. 저녁 6시~8시가 주문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입니다.
▶이상 기후가 생기는 날은 어떤 마음인가요?
전성배 전날 내린 눈으로 인해 꽁꽁 언 도로를 달리고 건물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미끄러질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건물 안이 도로 위보다 더 위험할 경우가 많아요. 복도 바닥이 대리석으로 된 건물에 들어가면 쉽게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잰걸음으로 다닙니다.
위대한 눈 오면 위험해서 짧은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장혁 기후와 도로 상태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긴장해서 오토바이를 운행합니다. 욕심을 안 부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이 없거나 몇 달 동안 낮은 단가로 배달할 때는 악천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솔직히 들 때도 있습니다.
▶장마철과 한파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전성배 여름은 체력전, 겨울은 아이템 전입니다. 밥 먹는 30분 정도만 빼면 밖에서 최소 10시간 정도 있어야 합니다. 손이 얼면 오토바이를 못 타기 때문에 방한용품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올해 방한 장갑과 오토바이 핸들 열선 설치하는 데 20만원가량 썼습니다. 다른 옷, 신발까지 하면 몇십만원은 더 들었습니다. 제가 유난히 투자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1만~2만원짜리 방한 토시를 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위대한 오늘은 좀 덜 추운 편인데, 지난주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갔었습니다. 옷을 네~다섯 겹씩 껴입고 다녔습니다. 건강해야 다음날, 다음다음 날도 꾸준히 일합니다. 저는 주로 방수 제품을 씁니다. 옷이 젖으면 손이 빨리 굳고, 오토바이 운행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장혁 혹한기에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던 지난 21일의 경우 내복, 두꺼운 맨투맨, 오리털 바지, 오리털 신발, 등산용 패딩점퍼를 장착하고 나갔습니다. 야외에서 7시간을 거뜬히 버텼습니다. ▶오늘(25일) 몇 건의 배달을 완료하셨나요?
위대한 6시간동안 31건 받았습니다. 평소 대비 10건 더 탔습니다. 눈이 와도 요즘은 옛날처럼 드라마틱한 단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무리 기상이 안 좋아도 단가를 올리는 대신 플랫폼 쪽에서 업주들에게 음식비를 물어주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자주 안 나오는 기사들에게 프로모션을 줘서 기사 공급을 늘리려는 전략도 라이더들 사이에선 불만입니다. 단가 상승을 대체하려고 하는 일종의 꼼수로 보여서요.
장혁 원래 하루에 25~30건의 배달을 하는데, 35건 정도 소화했습니다. 사실 단가가 더 높았던 건 어제(크리스마스이브)였습니다. 40건의 콜을 처리했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약 3만원이었습니다. 평상시보다 1.5배~2배 더 높은 액수입니다. 연휴인 데다 날씨까지 추우니 주문량도 많고, 쉬는 기사들도 많았던 듯합니다.
전성배 정확한 콜 수를 밝히긴 어렵습니다. 시급으로 따졌을 때 평소 1만5000~2만원을 받는다면 오늘 피크 타임 시급은 4만~5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배달 주문 건수가 줄어 기사들 수입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체감하시나요?
위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집에서 밥을 시켜 먹을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봄·여름·가을 등 날씨가 풀리면 사람들이 나들이 가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습니다. 장마철과 한파 빼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목표 수익을 위해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셈이죠. 주문 건수가 체감상 20~30% 빠졌습니다.
전성배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일감은 당연히 줄었습니다. 그때는 주5일 일해도 월 400~500씩 평균적으로 벌 수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밤 10시 이후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배달 수요가 높았던 것이죠. 다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콜이 줄었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배달 라이더가 고수입을 보장하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주 6일 일해 월 340만원 정도가 평균 수입입니다. 오토바이 비용과 기름값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건 200만원대 후반 정도입니다.
장혁 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등록 기사 수도 늘면서 기사 한 명에게 배정되는 하루 평균 주문 건수도 줄었다고 느낍니다. 무리해서라도 추운 날씨에 일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궂은 날씨에 단가가 올라가면 이런 날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나요?
전성배 단가가 높을 때 바짝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사들 사이에서 생겼습니다. 프로모션이 있는 날이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단가를 잘 주는 날은 무조건 나와서 일을 하는 게 상식이 된 셈입니다. 이제는 플랫폼 내 알고리즘이 책정하는 단가에 라이더들이 일할 날과 쉴 날을 결정합니다. ▶전업 기사로 일하면서 매달 들이는 각종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성배 종합 보험료 30만 원, 바이크 감가상각비 10만 원, 정비(오일 교체, 소모품 등) 10만 원, 주유비 30~40만원을 씁니다.
위대한 종합 유상 보험료 30만 원, 바이크 감가상각비 10만 원, 정비 5만 원, 주유비 30만 원 정도 듭니다.
장혁 보험료 10만 원, 정비는 5~10만원, 주유비 하루 20만원가량입니다.
▶위험해보이고, 남들 쉴 때 오히려 바쁜 이 일을 꾸준히 하는 동기가 궁금합니다.
전성배 이것도 하나의 직업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현재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밥을 챙겨주지 못하고 나오는 날이 있으면 잠시 집에 들러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일반 회사에 다닐 때는 퇴근할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말이 대목이라 쉬는 날이 거의 없을 텐데, 연말·연초에 휴식 계획이 있다면?
전성배 새해 첫날까지는 쉬지 않고 일할 계획입니다. 연휴 끝나고 다음 달 3일 수요일쯤 쉴 듯합니다.
위대한 내일 하루 정도 실내에서 몸을 녹일 계획입니다.
장혁 내일과 내일모레(25일 기준) 그리고 다음 달 2일에 쉴 예정입니다. 마음 편히 쉬기 위해 미리 바짝 벌어놓으려고 했습니다.
▶배달 라이더에 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데 새해에는 인식이 어떻게 바뀌길 기대하시나요?
위대한 배달업이 고수익 직종으로 주목 받으면서 온오프라인 상에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합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소수 라이더들의 모습이 부각된 측면도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직업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꽤 있습니다.
전성배 소위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을 비하하는 용어) 등 여러 용어로 라이더를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단면만 본 것입니다. 서로 배려하는 배달 라이더들도 많습니다. 제가 초보일 때 주차 중에 다른 라이더와 접촉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큰 문제 없이 넘어가 주신 좋은 라이더분들도 많습니다.
장혁 우선 배달 라이더 집단이 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달 마포구의 한 복지센터에서 지정해준 어르신들에게 도시락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라이더로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을 꾸준히 전하고자 합니다. 새해에는 라이더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5년차 배달 기사 전성배 씨(38)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쌓인 눈을 뚫고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했다. 전 씨는 토시, 신발, 겉옷 등 각종 방한 용품을 장착한 채 서울시내 곳곳을 누볐다. 그는 "장갑과 오토바이 핸들 열선에만 20만원가량 투자했다"고 말했다.
전날 내린 눈으로 도로가 얼어버린 상황에서도 전 씨가 일을 하러 나온 이유는 연말이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전 씨는 “크리스마스는 단가가 가장 많이 뛰는 날인 만큼 무리해서라도 일한다”고 설명했다. 6년 차인 장혁 씨(32)도 “평소보다 시급이 1.5~2배 정도 높다”고 거들었다.
이날 배달 기사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배달 기본료는 통상 배달 단가 3000~4000원의 두 배 수준인 건당 5000~8000원으로 치솟았다. 배달 플랫폼들은 일정 미션을 해내면 2만5000원을 보너스로 주는 각종 프로모션까지 내걸고 기사를 모집했다. 코로나 이후 등록 배달 기사 수는 늘고, 주문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라이더들의 수입은 예전만 못하다. 날씨할증, 연휴할증이 붙는 날 높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게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4년 차 배달 기사 위대한 씨(32)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든 후 체감상 콜 건수가 20~30% 줄어든 것 같다”며 “이제는 장마철과 한파 때를 빼면 업무 시간 대비 수익이 잘 나는 날이 많지 않다”고 했다.
남들 다 쉴 때 추위를 견뎌내며 일하는 배달 라이더들은 때로는 대중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딸배'는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일부 배달원을 비하하는 용어다. 이를 두고 장 씨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사들이 훨씬 더 많다"며 "새해에는 라이더들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성탄절에 전성배 씨와 그의 동료 위대한 씨(32), 장혁 씨(32)와 대담을 나눴다. 이들은 각종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전업 라이더들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배달 일을 시작하셨나요?
전성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할 무렵 8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배달 대행을 시작했습니다.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려다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입문했습니다. 현재 여러 플랫폼 배달 대행 라이더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배달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4년 전쯤 오토바이 한 대를 빌려 배달대행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장혁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인의 권유로 2018년도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단체 생활이 어려워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일을 찾았습니다. 배달이 제 적성에 딱 맞았습니다. 요즘에는 손님을 마주할 필요 없이 음식을 문 앞에 둔 다음 문자나 알림을 보내면 됩니다. 사람에게 치일 일이 없습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시나요?
전성배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에서 하루 평균 7시간씩 일합니다.
위대한 서울 잠실, 경기 하남 등의 지역에서 배달합니다.
장혁 서울 마포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활동합니다.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점심을 먹고, 저녁 8시에 퇴근합니다. 저녁 6시~8시가 주문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입니다.
▶이상 기후가 생기는 날은 어떤 마음인가요?
전성배 전날 내린 눈으로 인해 꽁꽁 언 도로를 달리고 건물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미끄러질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건물 안이 도로 위보다 더 위험할 경우가 많아요. 복도 바닥이 대리석으로 된 건물에 들어가면 쉽게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잰걸음으로 다닙니다.
위대한 눈 오면 위험해서 짧은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장혁 기후와 도로 상태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긴장해서 오토바이를 운행합니다. 욕심을 안 부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이 없거나 몇 달 동안 낮은 단가로 배달할 때는 악천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솔직히 들 때도 있습니다.
▶장마철과 한파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전성배 여름은 체력전, 겨울은 아이템 전입니다. 밥 먹는 30분 정도만 빼면 밖에서 최소 10시간 정도 있어야 합니다. 손이 얼면 오토바이를 못 타기 때문에 방한용품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올해 방한 장갑과 오토바이 핸들 열선 설치하는 데 20만원가량 썼습니다. 다른 옷, 신발까지 하면 몇십만원은 더 들었습니다. 제가 유난히 투자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1만~2만원짜리 방한 토시를 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위대한 오늘은 좀 덜 추운 편인데, 지난주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갔었습니다. 옷을 네~다섯 겹씩 껴입고 다녔습니다. 건강해야 다음날, 다음다음 날도 꾸준히 일합니다. 저는 주로 방수 제품을 씁니다. 옷이 젖으면 손이 빨리 굳고, 오토바이 운행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장혁 혹한기에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던 지난 21일의 경우 내복, 두꺼운 맨투맨, 오리털 바지, 오리털 신발, 등산용 패딩점퍼를 장착하고 나갔습니다. 야외에서 7시간을 거뜬히 버텼습니다. ▶오늘(25일) 몇 건의 배달을 완료하셨나요?
위대한 6시간동안 31건 받았습니다. 평소 대비 10건 더 탔습니다. 눈이 와도 요즘은 옛날처럼 드라마틱한 단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무리 기상이 안 좋아도 단가를 올리는 대신 플랫폼 쪽에서 업주들에게 음식비를 물어주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자주 안 나오는 기사들에게 프로모션을 줘서 기사 공급을 늘리려는 전략도 라이더들 사이에선 불만입니다. 단가 상승을 대체하려고 하는 일종의 꼼수로 보여서요.
장혁 원래 하루에 25~30건의 배달을 하는데, 35건 정도 소화했습니다. 사실 단가가 더 높았던 건 어제(크리스마스이브)였습니다. 40건의 콜을 처리했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약 3만원이었습니다. 평상시보다 1.5배~2배 더 높은 액수입니다. 연휴인 데다 날씨까지 추우니 주문량도 많고, 쉬는 기사들도 많았던 듯합니다.
전성배 정확한 콜 수를 밝히긴 어렵습니다. 시급으로 따졌을 때 평소 1만5000~2만원을 받는다면 오늘 피크 타임 시급은 4만~5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배달 주문 건수가 줄어 기사들 수입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체감하시나요?
위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집에서 밥을 시켜 먹을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봄·여름·가을 등 날씨가 풀리면 사람들이 나들이 가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습니다. 장마철과 한파 빼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목표 수익을 위해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셈이죠. 주문 건수가 체감상 20~30% 빠졌습니다.
전성배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일감은 당연히 줄었습니다. 그때는 주5일 일해도 월 400~500씩 평균적으로 벌 수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밤 10시 이후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배달 수요가 높았던 것이죠. 다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콜이 줄었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배달 라이더가 고수입을 보장하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주 6일 일해 월 340만원 정도가 평균 수입입니다. 오토바이 비용과 기름값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건 200만원대 후반 정도입니다.
장혁 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등록 기사 수도 늘면서 기사 한 명에게 배정되는 하루 평균 주문 건수도 줄었다고 느낍니다. 무리해서라도 추운 날씨에 일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궂은 날씨에 단가가 올라가면 이런 날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나요?
전성배 단가가 높을 때 바짝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사들 사이에서 생겼습니다. 프로모션이 있는 날이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단가를 잘 주는 날은 무조건 나와서 일을 하는 게 상식이 된 셈입니다. 이제는 플랫폼 내 알고리즘이 책정하는 단가에 라이더들이 일할 날과 쉴 날을 결정합니다. ▶전업 기사로 일하면서 매달 들이는 각종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성배 종합 보험료 30만 원, 바이크 감가상각비 10만 원, 정비(오일 교체, 소모품 등) 10만 원, 주유비 30~40만원을 씁니다.
위대한 종합 유상 보험료 30만 원, 바이크 감가상각비 10만 원, 정비 5만 원, 주유비 30만 원 정도 듭니다.
장혁 보험료 10만 원, 정비는 5~10만원, 주유비 하루 20만원가량입니다.
▶위험해보이고, 남들 쉴 때 오히려 바쁜 이 일을 꾸준히 하는 동기가 궁금합니다.
전성배 이것도 하나의 직업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현재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밥을 챙겨주지 못하고 나오는 날이 있으면 잠시 집에 들러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일반 회사에 다닐 때는 퇴근할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말이 대목이라 쉬는 날이 거의 없을 텐데, 연말·연초에 휴식 계획이 있다면?
전성배 새해 첫날까지는 쉬지 않고 일할 계획입니다. 연휴 끝나고 다음 달 3일 수요일쯤 쉴 듯합니다.
위대한 내일 하루 정도 실내에서 몸을 녹일 계획입니다.
장혁 내일과 내일모레(25일 기준) 그리고 다음 달 2일에 쉴 예정입니다. 마음 편히 쉬기 위해 미리 바짝 벌어놓으려고 했습니다.
▶배달 라이더에 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데 새해에는 인식이 어떻게 바뀌길 기대하시나요?
위대한 배달업이 고수익 직종으로 주목 받으면서 온오프라인 상에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합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소수 라이더들의 모습이 부각된 측면도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직업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꽤 있습니다.
전성배 소위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을 비하하는 용어) 등 여러 용어로 라이더를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단면만 본 것입니다. 서로 배려하는 배달 라이더들도 많습니다. 제가 초보일 때 주차 중에 다른 라이더와 접촉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큰 문제 없이 넘어가 주신 좋은 라이더분들도 많습니다.
장혁 우선 배달 라이더 집단이 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달 마포구의 한 복지센터에서 지정해준 어르신들에게 도시락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라이더로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을 꾸준히 전하고자 합니다. 새해에는 라이더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