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사이트에 한옥·전통문양 올리자 2억 건 다운로드...문화 디지털 혁신은 곧 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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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한국문화정보원장 인터뷰
게임 개발자라면 전세계 누구나 다 아는 인기 커뮤니티인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를 K콘텐츠가 '습격'한 건 지난 5월이었다. 무기는 요즘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K팝이나 K드라마가 아닌 수백년 된 '토종 K문화유산'이었다. 연꽃 등 다양한 사물을 형상화한 한국 전통문양 등 4000건이 넘는 3차원(3D) 그래픽 데이터를 무료로 공개한 것.
게임 제작에 쓸만한 수많은 자료들이 유료로 올라오는 이곳에 양질의 '공짜 콘텐츠'가 무더기로 올라오자 커뮤니티 전체가 들썩였다. 8개월 동안 전세계에서 2억5800만 건(개별 데이터 기준)을 다운로드했고, 11개 게임사들은 이 데이터를 재료 삼아 게임 개발에 나섰다. 이들 게임에는 한옥이 배경으로 나오거나 한국의 전통문양이 게임 효과로 쓰인다.
데이터를 무료로 올린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민간·공공이 생산한 문화·체육·관광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 중 공공저작물(공공기관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데이터)에 대해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데이터는 9000만 건에 달한다.
최근 임기를 마무리한 홍희경 한국문화정보원장은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K컬처가 제대로 날아오르려면 우리 콘텐츠에 '디지털'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MBC 계열사인 MBC C&I 부국장 등을 거쳐 2020년 한국문화정보원장으로 선임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지금도 원장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과거 한국문화정보원의 역할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단순히 디지털로 바꾸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를 고도화해 더 많은 기업과 예술인들이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전통 콘텐츠에 디지털을 제대로 입히면 K컬처의 강도와 넓이도 더 세지고 커질 것"이라고 했다. 홍 원장이 지난 4월 문체부와 함께 문화 분야 최초로 세운 '문화 디지털 기본계획 2025'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홍 원장은 "문화 디지털 혁신은 손 놓고 있어선 안되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한국문화정보원이 문화유산 데이터를 공개했을 때 중국인 유저들이 몰려와 "한옥은 중국의 것"이라고 '댓글 테러'를 한 것만 봐도 그렇다. 홍 원장은 "오프라인에서만 벌어지던 '문화 전쟁'이 이제 메타버스로 확대되고 있다"며 "디지털을 소홀히 해선 우리 문화를 온전히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이 부임 직후 난소암을 진단받고도 가발까지 쓰면서 정부기관·언론에 '디지털 혁신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다. 그는 "내년에는 수원화성도 3D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고, 게임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제작에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한국문화정보원이 제공하고 있는 각종 전시·공연 정보, 관광 정보 등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이 정보들을 활용해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도 여럿 있다. 작품별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뮤지엄 커넥트', 전자책을 읽을 때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BGM', 관광지에서 장애인·노약자 등 보행약자를 위한 이동경로를 추천해주는 증강현실(AR)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한국문화정보원이 직접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홍 원장은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으로 공연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집콕 문화생활 서비스'를 만들었고, 다국어·수어로 전시를 안내해주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큐아이'도 개발했다"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문화 서비스를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게임 제작에 쓸만한 수많은 자료들이 유료로 올라오는 이곳에 양질의 '공짜 콘텐츠'가 무더기로 올라오자 커뮤니티 전체가 들썩였다. 8개월 동안 전세계에서 2억5800만 건(개별 데이터 기준)을 다운로드했고, 11개 게임사들은 이 데이터를 재료 삼아 게임 개발에 나섰다. 이들 게임에는 한옥이 배경으로 나오거나 한국의 전통문양이 게임 효과로 쓰인다.
데이터를 무료로 올린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민간·공공이 생산한 문화·체육·관광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 중 공공저작물(공공기관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데이터)에 대해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데이터는 9000만 건에 달한다.
최근 임기를 마무리한 홍희경 한국문화정보원장은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K컬처가 제대로 날아오르려면 우리 콘텐츠에 '디지털'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MBC 계열사인 MBC C&I 부국장 등을 거쳐 2020년 한국문화정보원장으로 선임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지금도 원장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과거 한국문화정보원의 역할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단순히 디지털로 바꾸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를 고도화해 더 많은 기업과 예술인들이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전통 콘텐츠에 디지털을 제대로 입히면 K컬처의 강도와 넓이도 더 세지고 커질 것"이라고 했다. 홍 원장이 지난 4월 문체부와 함께 문화 분야 최초로 세운 '문화 디지털 기본계획 2025'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홍 원장은 "문화 디지털 혁신은 손 놓고 있어선 안되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한국문화정보원이 문화유산 데이터를 공개했을 때 중국인 유저들이 몰려와 "한옥은 중국의 것"이라고 '댓글 테러'를 한 것만 봐도 그렇다. 홍 원장은 "오프라인에서만 벌어지던 '문화 전쟁'이 이제 메타버스로 확대되고 있다"며 "디지털을 소홀히 해선 우리 문화를 온전히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이 부임 직후 난소암을 진단받고도 가발까지 쓰면서 정부기관·언론에 '디지털 혁신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다. 그는 "내년에는 수원화성도 3D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고, 게임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제작에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한국문화정보원이 제공하고 있는 각종 전시·공연 정보, 관광 정보 등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이 정보들을 활용해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도 여럿 있다. 작품별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뮤지엄 커넥트', 전자책을 읽을 때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BGM', 관광지에서 장애인·노약자 등 보행약자를 위한 이동경로를 추천해주는 증강현실(AR)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한국문화정보원이 직접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홍 원장은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으로 공연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집콕 문화생활 서비스'를 만들었고, 다국어·수어로 전시를 안내해주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큐아이'도 개발했다"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문화 서비스를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