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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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앞둔 포스코DX·엘앤에프·HLB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상장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공매도 쇼트커버(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는 것)로 기관 및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이들 코스닥 상위 종목이 순차적으로 빠져나가며 코스닥시장 활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 짐싸는 3총사, 기관·외인 매수에 '불기둥'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에 연기금 ‘사자’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DX 주가는 최근 1개월(11월 27일~12월 27일) 사이 28.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6.1%)을 크게 웃돌았다. 엘앤에프와 HLB도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각각 35.8%, 57.8% 치솟았다.

이전상장을 앞둔 이들 종목에서 기관 순매수가 이어지자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최근 한 달간 엘앤에프를 1035억원어치, 포스코DX를 78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서 기관 순매수 1, 2위였다. 기관은 HLB도 1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포스코DX는 다음달 초, 엘앤에프와 HLB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단기 변동성이 심해 우량주여도 연기금 등 기관이 선뜻 투자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공매도 쇼트커버도 주가를 들어올렸다. HLB의 공매도 잔고 주수는 지난 1일 기준 793만5523주에 달했지만 지난 21일 기준 519만9424주로 34.4% 줄어들었다. 엘앤에프와 포스코DX도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 주수가 각각 22.2%, 8.7% 감소했다. 주요 공매도 투자자로 꼽히는 외국인은 최근 한 달 HLB를 2055억원, 포스코DX를 2026억원, 엘앤에프를 6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통상적으로 연말이 되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공매도 포지션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주식 차입자는 배당금을 대여자에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세금 등 배당 관련 업무가 생겨 이를 피하기 위해 배당기산일 전에 주식을 상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최근 크게 오른 점도 쇼트커버 물량이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와 맞물리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가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포스코DX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38.1배에 달했다. 지난달 말 191.1배에서 크게 뛰었다.

3·4·5·6위 다 빠지는 코스닥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이 잇달아 빠져나가면서 내년 코스닥시장이 부진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전상장을 확정했거나 합병 등으로 이탈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포스코DX, 엘앤에프, HLB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이날 기준 36조9606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428조3910억원)의 8.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자칫 ‘2부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고위 임원이 엘앤에프와 포스코DX 대표를 만나 코스닥에 남아달라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두 회사 모두 거절했다”고 전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