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위안화의 국제적인 입지를 조용히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안화 결제 비중 확 늘었다…제재 받는 러시아가 일등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중국 상품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되는 액수는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중국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9년 13%에서 두 배가량으로 높아진 수치다.

또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제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61%였다.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7%를 넘어섰다. 올해 1월만 해도 이 비중은 1.9%에 그쳤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외국 기업이 SWIFT를 통하지 않고 위안화로 결제하는 금액까지 더하면 이 수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위안화 결제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국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 대부분을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다.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47%)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 통제로 위안화의 투자 매력이 줄어들고,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상품무역에서 위안화 입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WSJ는 짚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은 동남아 국가를 거쳐 미국 등 서방국으로 수출되는데, 이들 국가가 앞으로 위안화 보유액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늘면 미국의 달러 거래 제재도 힘을 잃게 된다. 서방국과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중국 경제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WSJ는 “전 세계 정치적 갈등이 결제 시스템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더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