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별 홍해 정책 엇갈려…하파그로이드 "여전히 위험"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홍해에서의 선박 운항을 중단했던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가 “홍해 항로는 여전히 너무 위험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다국적 연합군을 출범시켜 대응에 나선 이후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CGM 등이 운항 재개 채비에 나선 것과 달리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파그로이드 측은 27일 자사 컨테이너선들이 “계속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를 지나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이같이 알렸다.

이 지역을 겨냥한 후티 반군의 무력 공격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후티 반군은 전날 파키스탄을 향해 운항하고 있던 스위스 해운사 MSC의 ‘유나이티드 8호’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종교적, 도덕적, 인도주의적 의무를 이행하는 팔레스타인 국민(하마스)에 지속해서 연대하겠다”며 “가자지구로 식량과 의약품이 배달될 때까지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홍해에서의 군사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파그로이드의 방침은 머스크와 CMA-CGM이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 출범 이후 홍해 지역에서의 선박 운항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겠다고 알린 것과 대조된다. 일부 선박은 드론 공격이 원활한 낮 시간대를 피해 야간에 홍해를 지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 국방부가 홍해 지역에서의 안보 보장과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20여개국이 참여하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착수하면서 긴장감이 다소 완화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다국적 함대는 지난 18일 출범 이후 이렇다 할 무력 행동에 나서진 않고 있다. 지나친 대응이 무력 충돌 위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동한 결과다.

홍해 리스크는 당분간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국영 로시야 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80~85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약 한 달 만에 최고치인 81.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 측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 카르텔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앙골라의 OPEC 탈퇴를 계기로 산유국 간 응집력이 약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노박 부총리는 “OPEC플러스(+)의 목표는 유가를 특정 수준에서 형성하려는 데 있지 않다”며 “우리의 과제는 석유 업계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