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랩톱으로 발전 가능성도 엿보여…'원 모어 싱'은 없어
무섭도록 빠르지만, 혁신은 아쉬웠다.

애플이 이달 중순 출시한 플래그십 랩톱 맥북 프로 14인치 모델을 약 두 주 써보고 내린 평가다.

강력한 성능은 명불허전이었고, 블록버스터급 게임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게이밍 랩톱'으로 발전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업그레이드였지만, 기대했던 '원 모어 싱'은 없었다.



◇ '괴물' 성능 자랑하는 맥북 프로…매력 더하는 디스플레이·사운드
'괴물 랩톱'이라는 별명처럼 성능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시스템온칩(SoC) M3 시리즈는 3나노미터(㎚) 공정 기술로 제작됐으며, 최대 16개 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40개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까지 담을 수 있다.

애플은 M1 대비 렌더링 속도가 최대 2.5배 증가했고, CPU 성능 코어는 30%, 효율 코어는 50%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에서 로컬 메모리 사용을 실시간 할당하는 '다이내믹 캐싱'을 도입해 GPU 효율도 높였다.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맥슨의 성능측정 프로그램 '시네벤치 2024' 기준 CPU 싱글코어 점수는 140점, 멀티코어 점수는 1천455점을 기록했다.

싱글코어 성능으로는 다른 프로세서를 최소 27% 앞섰지만, 멀티코어 성능에서는 코어 수가 20코어로 상대적으로 많은 M1 울트라 모델보다는 소폭 뒤졌다.

M1 울트라가 전문가용 데스크톱 '맥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용 라인업 중에서는 M3 시리즈가 최고라고 볼 수 있다.

GPU 점수는 1만2천392점으로 다른 프로세서를 30% 이상 뛰어넘었다.
맥북 프로의 가장 큰 매력은 디스플레이다.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는 고명암 대비(HDR)를 적용한 콘텐츠에서 화면 밝기를 최대 1천600니트까지 키울 수 있다.

익스트림 다이내믹 레인지로는 1백만 대 1의 명암비를 전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영롱한 색감을 출력한다.

맥북 프로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거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초고화질 영상을 감상할 때 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하이파이 6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은 깔끔한 소리로 몰입감을 더하며, 에어팟 프로·맥스 이용자라면 동적 머리 추적 기술로 구현된 공간 음향도 감상할 수 있다.
◇ 게이밍 랩톱으로 발전하는 맥북…배터리 소모·적은 게임 수는 숙제
맥북 프로는 사진·동영상 편집 쪽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에는 게이밍 성능을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특히 애플은 '하드웨어 가속형 메시 셰이딩 기술'로 3차원(3D) 환경에서 기하학적으로 처리되는 계산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트리플A'(블록버스터)급 게임인 네오위즈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P의 거짓'을 돌려봤을 때 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언리얼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다채로운 색감은 물론, 이른바 '소울라이크'(일본 프롬 소프트웨어가 2009년 내놓은 '데몬즈 소울'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게임) 장르에서 강조하는 '진중한' 분위기와 무거운 타격감도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전원 어댑터를 사용하는 교류(AC) 모드와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하는 직류(DC) 모드 사이 유의미한 성능 차이도 없었다.

다만 배터리가 닳는 속도는 매우 빨라,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1시간 가까이 즐기면 '저전력 모드'로 돌입한다.

애플이 '최적화'에 강점을 가진만큼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 운영체제(OS)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역시 숙제로 꼽힌다.
◇ '원 모어 싱'은 없었다…2020년 'M1'에서 혁신 멈췄나
이른바 '원 모어 싱'(one more thing)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새 맥 운영체제 '소노마'가 배포된 뒤 나온 제품인 데다, 전작과 출시 간격이 9개월밖에 나지 않아 소프트웨어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변화가 눈에 띄진 않았다.

디자인도, 배터리 사용 시간도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다.

다크 알루미늄 마감 과정에서 혁신적인 화학 공정을 활용해 제품 표면에 지문이 남지 않도록 한 '스페이스 블랙' 색상 출시를 주요 변화로 꼽을 수 있었다.

M1 칩을 필두로 한 애플 실리콘이 발표된 2020년 이후 맥 시리즈의 '혁신'이 멈췄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3분기 맥 시리즈의 전 세계 매출은 76억1천만 달러(약 9조9천억 원)로 예상치(86억3천만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1년 전보다도 34% 급감한 수치다.

성능 자체는 훌륭한 만큼 생성 인공지능(AI) 관련 기능이 운영체제 업데이트 등을 통해 추가된다면 매력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맥북 프로 판매가는 14인치 모델 239만 원, 16인치 모델 369만 원부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