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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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6시 청와대 영빈관. 기둥 하나 무게가 최대 60t에 달하는 18개의 돌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웅장한 건물이다. 대통령이 외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영빈관 외벽에 12개의 빛이 기둥을 타고 솟아올랐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빛은 하나로 모아지더니, 곧 둥그런 태양으로 변해 영빈관 한가운데에 떠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준비한 미디어 파사드 전시 '열두 개의 빛'이다. 마치 한 편의 공연 같은 미술 전시가 내년 1월 5일까지(1월 2일 휴관일 제외)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저녁 6~8시에 매 10분 간격으로 총 12번 상영된다. 별도 예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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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인간적 고뇌와 갈등, 균형과 화합을 주제로 삼았다. 열두 개의 빛은 전직 대통령 12명을 상징한다. 빛이 등장하면 한국예술종합원 음악원이 작곡한 음악과 함께 대통령들이 취임 선서하는 음성이 들린다.

12개의 빛은 한데 뭉쳐서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돌연 약해진다. 조명이 만들어낸 벽도 산산조각난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와 그 안에서 대통령들이 겪었던 고뇌와 갈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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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빛은 다시 점점 강해지고 오색찬란한 빛이 휘몰아친다. 마지막에는 그 빛들이 모여 태극기 문양을 만들어낸다. 문체부 관계자는 "갈등과 위기를 넘어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분간 상영이 끝난 후엔 국민들이 보낸 새해 희망 메시지를 보여준다.

청와대 건물이 국민을 위한 전시장으로 활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청와대 본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타자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 등 전직 대통령들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열었다. 9월엔 춘추관을 장애예술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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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겸 청와대관리활용추진단장은 "내년 초 청와대 누적 관람객이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청와대에서 국민을 위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