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대목 앞두고 손님 끊기고, 주거지 옮기고…피해 152건 접수
[현장] "영업재개 막막한데 좀도둑까지…" 한순간에 날아간 삶의 터전
"남자 혼자서 자식 세 명 키우면서 장사했어…요즘 장사도 잘 안됐는데 사고가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파."
28일 뼈대만 남은 폭발사고 현장에서 만난 대전 대덕구 오정동 주민 이모(71)씨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밤을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거실 창살이 흔들리고 벽시계가 떨어진 건 지난 24일 오후 8시 50분쯤. 지진이 난 줄 알고 밖으로 뛰쳐나간 그는 집 앞 식당이 폭삭 주저앉은 모습을 보고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28일 찾은 사고 현장은 콘크리트 지붕이 무너진 채 곳곳에 부서지고 깨진 잔해물이 가득해 건물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식당, 사무실 10여곳도 현관문, 유리창이 모두 깨졌고, 테이블, 소파 등 내부 집기류가 나뒹군 채 방치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고 현장에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 주민들은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폐허가 될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팬데믹 사회적 거리두기도 버텨왔던 피해 상인들은 연말·연초 대목을 앞두고 잿더미가 된 생계 현장을 황망히 바라보기만 했다.

세입자 신분인 이들 중 대다수가 화재보험도 없고, 건물주와 영업 재개 협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좀도둑까지 들어 그야말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심정이다.

[현장] "영업재개 막막한데 좀도둑까지…" 한순간에 날아간 삶의 터전
피해 상인 안모(59)씨는 "건물주는 수리를 못 해준다고 못을 박았다"며 "집기류라도 건지려고 들어갔더니 냉장고에 가득 채워 놓은 맥주와 영업용 전기밥솥이 사라져서 오늘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두 아들과 함께 피해 영업장을 찾은 식당 주인 라모(51)씨는 "연말 예약 8건을 한 번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가게 안에서 난 사고가 아니라고 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방법도 막막지만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 해서 직접 수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피해 건물 다수가 점포와 주거지를 겸한 상가주택이라 성탄절에 급히 거처를 옮긴 주민들도 있었다.

대덕구청이 임시로 마련해준 거주 공간에는 4인 가족 1가구가 머무르고 있지만, 다른 주민들은 자력으로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사고 현장과 맞붙은 다가구주택에 거주 중인 김모(41)씨는 "3층에 사는데도 유리창이 다 깨졌다"며 "임시숙소 안내를 받았지만 짐도 많고, 주거용 공간이 아니라 불편할 것 같아서 금산 본가에서 출퇴근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 대덕구청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닷새째인 이날까지 접수된 관련 피해는 15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대전 소방,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사고가 난 대덕구 오정동 식당에 대한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식당에 있던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 폭발로 인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는 감식반은 누출된 지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