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과감한 M&A·실사능력 뛰어나지만…산업 전문성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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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뒤흔드는 MBK
(3) 강점과 약점은
인수물건 가치 키우는데
돈 아끼지 않고 확실한 베팅
사무실 정수기 비용까지 체크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챙겨
트렌드 변화 파악엔 약점 노출
홈플·딜라이브 실패로 이어져
(3) 강점과 약점은
인수물건 가치 키우는데
돈 아끼지 않고 확실한 베팅
사무실 정수기 비용까지 체크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챙겨
트렌드 변화 파악엔 약점 노출
홈플·딜라이브 실패로 이어져
▶마켓인사이트 12월 28일 오후 3시 51분
MBK파트너스가 2018년 홈플러스의 온라인 전략 강화를 위해 주요 전략컨설팅사를 긴급 소집한 일화는 업계에서 지금까지 회자된다. 역대 최고 수수료를 보장할 테니 온라인 전략을 총괄할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맥킨지·베인앤컴퍼니·BCG 등 주요 컨설팅업체는 본사의 스타 컨설턴트까지 파견해 수주에 총력을 다했다. 결국 맥킨지가 최종 선정돼 1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벌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BK가 컨설팅을 의뢰한 2018년은 이미 쿠팡의 진격이 시작되며 e커머스 시장 재편이 상당수 이뤄진 시기였다. SSG닷컴, 컬리 등도 신선식품 배송을 무기로 부상했다. 온라인 전략을 도입한 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3년 뒤, 1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쓰고 난 이후였다.
MBK의 통 큰 결단력은 사모펀드(PEF)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인수 기회를 빠르게 포착한 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베팅해 옥션딜(경쟁공개입찰)에서 우선협상 지위를 따낸다. 2015년 7조68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인수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 등 쟁쟁한 글로벌 PEF 연합군을 제치고 단독으로 거래를 따냈다. 노조를 위해 4000억원의 매각 위로금까지 지급하겠다며 협상 막판 결단을 내린 게 쐐기가 됐다.
M&A 과정에서 까다롭게 실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도 강점이란 평가가 많다. MBK 직원들은 2019년 10월 롯데카드 인수 후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사무실에 한 층당 정수기 개수를 얼마나 줄여야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까지 조사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최적 시점을 포착해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리캡) 등을 통해 배당으로 현금을 끌어올리고, 이를 출자자에게 돌려주며 수익률을 관리하는 파이낸싱 전략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곳도 MBK였다.
확실한 보상 체계도 MBK의 강점 중 하나다. 투자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 등 유능한 인력을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MBK 역대 최고의 딜 중 하나로 손꼽히는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사례가 대표적이다. MBK는 2013년 인수 직후 정문국 사장, 앤드루 바렛·황용 부사장 등 외자계 보험사 운영 경력이 탄탄한 인물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했다. 경영진의 동기를 자극해 기업가치를 크게 키워 결과적으로 매각에 성공했다. MBK는 이 회사를 1조8000억원에 샀다가 신한금융지주에 3조9000억원에 팔았다. 경영진도 수백억원에 육박한 보너스를 받았다.
투자은행·로펌·회계법인·컨설팅 등 외부 자문사에도 일은 고되게 시키면서도 보상은 확실히 제공한다. IB업계 관계자는 “MBK는 수수료를 깎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문사 사이에서 퍼지다 보니 좋은 거래가 있으면 먼저 MBK에 가는 선순환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딜에선 불과 수년 뒤 산업 변화를 내다보지 못해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플러스는 인수 9년 차를 맞은 현재 ‘아픈 손가락’이다. 전국에 깔린 수백 개의 점포가 부동산 측면에서 안전판이 돼줄 것으로 믿고 큰 돈을 베팅했지만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유통업계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매출 정체로 수익성은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딜라이브 투자도 대표적 전략 실패다. MBK는 2조2000억원을 들여 2008년 케이블TV 회사 씨앤엠(C&M)을 인수했다. 당시 케이블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씨앤엠의 가치를 높이 샀다. GS강남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다수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도 짰다. 하지만 유료방송 주도권이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흐름을 내다보지 못했다. 2016년엔 경영 악화로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업 전문가보다 금융과 M&A 전문가 위주로 굴러가다 보니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 출자자(LP) 관계자는 “글로벌 PEF들도 그동안 대형화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최근엔 빠르게 변화는 산업 흐름 속에 투자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산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MBK를 비롯한 한국 PEF도 고려해야 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MBK파트너스가 2018년 홈플러스의 온라인 전략 강화를 위해 주요 전략컨설팅사를 긴급 소집한 일화는 업계에서 지금까지 회자된다. 역대 최고 수수료를 보장할 테니 온라인 전략을 총괄할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맥킨지·베인앤컴퍼니·BCG 등 주요 컨설팅업체는 본사의 스타 컨설턴트까지 파견해 수주에 총력을 다했다. 결국 맥킨지가 최종 선정돼 1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벌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BK가 컨설팅을 의뢰한 2018년은 이미 쿠팡의 진격이 시작되며 e커머스 시장 재편이 상당수 이뤄진 시기였다. SSG닷컴, 컬리 등도 신선식품 배송을 무기로 부상했다. 온라인 전략을 도입한 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3년 뒤, 1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쓰고 난 이후였다.
철저한 실사와 확실한 보상은 강점
이 사례는 MBK의 강점과 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타깃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인수한 기업을 키우기 위해 과감하게 베팅하고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딜에선 산업 변화에 민첩하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냈다.MBK의 통 큰 결단력은 사모펀드(PEF)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인수 기회를 빠르게 포착한 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베팅해 옥션딜(경쟁공개입찰)에서 우선협상 지위를 따낸다. 2015년 7조68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인수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 등 쟁쟁한 글로벌 PEF 연합군을 제치고 단독으로 거래를 따냈다. 노조를 위해 4000억원의 매각 위로금까지 지급하겠다며 협상 막판 결단을 내린 게 쐐기가 됐다.
M&A 과정에서 까다롭게 실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도 강점이란 평가가 많다. MBK 직원들은 2019년 10월 롯데카드 인수 후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사무실에 한 층당 정수기 개수를 얼마나 줄여야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까지 조사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최적 시점을 포착해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리캡) 등을 통해 배당으로 현금을 끌어올리고, 이를 출자자에게 돌려주며 수익률을 관리하는 파이낸싱 전략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곳도 MBK였다.
확실한 보상 체계도 MBK의 강점 중 하나다. 투자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 등 유능한 인력을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MBK 역대 최고의 딜 중 하나로 손꼽히는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사례가 대표적이다. MBK는 2013년 인수 직후 정문국 사장, 앤드루 바렛·황용 부사장 등 외자계 보험사 운영 경력이 탄탄한 인물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했다. 경영진의 동기를 자극해 기업가치를 크게 키워 결과적으로 매각에 성공했다. MBK는 이 회사를 1조8000억원에 샀다가 신한금융지주에 3조9000억원에 팔았다. 경영진도 수백억원에 육박한 보너스를 받았다.
투자은행·로펌·회계법인·컨설팅 등 외부 자문사에도 일은 고되게 시키면서도 보상은 확실히 제공한다. IB업계 관계자는 “MBK는 수수료를 깎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문사 사이에서 퍼지다 보니 좋은 거래가 있으면 먼저 MBK에 가는 선순환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산업 흐름 예측은 한발 늦어
MBK는 설립 이후 꾸준히 대형화 전략을 펴왔다. 첫 펀드부터 1조8000억원 규모였고 현재 여섯 번째로 조성 중인 펀드는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업계 1위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췄거나 현금흐름과 매출이 우수한 대기업을 대거 품었다.하지만 일부 딜에선 불과 수년 뒤 산업 변화를 내다보지 못해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플러스는 인수 9년 차를 맞은 현재 ‘아픈 손가락’이다. 전국에 깔린 수백 개의 점포가 부동산 측면에서 안전판이 돼줄 것으로 믿고 큰 돈을 베팅했지만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유통업계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매출 정체로 수익성은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딜라이브 투자도 대표적 전략 실패다. MBK는 2조2000억원을 들여 2008년 케이블TV 회사 씨앤엠(C&M)을 인수했다. 당시 케이블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씨앤엠의 가치를 높이 샀다. GS강남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다수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도 짰다. 하지만 유료방송 주도권이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흐름을 내다보지 못했다. 2016년엔 경영 악화로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업 전문가보다 금융과 M&A 전문가 위주로 굴러가다 보니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 출자자(LP) 관계자는 “글로벌 PEF들도 그동안 대형화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최근엔 빠르게 변화는 산업 흐름 속에 투자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산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MBK를 비롯한 한국 PEF도 고려해야 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