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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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값이 아직 싸대요."

최근 홍콩·싱가포르를 다녀온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두 회사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좋아지고 있다.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석 달 연속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한 외국계 증권사는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29일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2월 D램 PC용 범용제품(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6.45% 상승한 1.65달러로 집계됐다. 올 10월(상승률 15.38%)과 11월(3.33%)에 이어 석 달 연속 오름세다. 이달 D램 평균 가격은 지난 3월(1.81달러) 이후 최고가다.

연간으로 놓고 보면 올해 D램 가격은 25.3% 하락했다. 지난해 40.3% 하락한 데 이어 2년째 내림세다. 하지만 석 달째 반등하는 만큼 내년엔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낸드 가격도 뛰고 있다. 12월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6.02% 오른 4.33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0월(1.59%), 11월(5.41%)에 이어 석 달 연속 오름세다. 이달 가격은 지난해 8월(4.42달러) 이후 최고가다. 낸드 가격은 올해 연간으로 4.6% 올랐다. 지난해 하락세에서 올해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메모리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가 올 들어 나란히 생산량을 감축한 결과다. 생산량이 줄면서 PC·스마트폰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량도 감소했다. 반면 수요는 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다. 온디바이스 AI 제품의 등장으로 낸드 수요도 늘었다.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PC·스마트폰은 인터넷 없이도 스스로 AI 연산·추론을 할 수 있다.연산·추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보관하는 고용량·고성능 낸드가 필요하다.

D램·낸드 가격이 뜀박질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DS) 부문에서 13조~15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손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조39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내년에 합산 20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종전 19만원으로 설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