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매체 "레바논서 로켓 50발 발사"…북부 곳곳 공습 사이렌
레바논 총리, 英외무에 "이대로면 전쟁…이스라엘 공격 막아달라"
이스라엘-레바논 연일 충돌에 긴장고조…"확전시 세계 불안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의 안보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모양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무력도발을 하면 이스라엘군이 보복 공격을 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이대로라면 양측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는 전날 하루 동안에만 수십발의 로켓이 떨어졌다.

헤즈볼라가 국경 너머에서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전날 오후 4시께 이스라엘 북부 키르야트 시모나 지역에 약 20발의 로켓을 발사하는 등 이스라엘 곳곳의 '병영'들을 겨냥해 동시다발적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발사된 미사일이 모두 50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북부 일대에는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시킨 드론(무인기)을 격추하는 한편, 헤즈볼라 측 로켓 발사원점을 즉각 타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전날에도 키르야트 시모나에 6발의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등 최근 수일간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스라엘-레바논 연일 충돌에 긴장고조…"확전시 세계 불안정"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올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 등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는 사건이 벌어지자 하마스의 편을 들어 이스라엘 북부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왔다.

AFP 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레바논 측에서만 최소 150여명이 숨졌다면서 이들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반격에 사망한 헤즈볼라 무장대원이었으나 민간인과 언론인 사망자도 2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측에서는 민간인 4명과 군인 9명이 숨졌다.

양측의 교전은 대체로 국경지대에 국한해 이뤄지고 있지만, 간혹 후방 깊숙이까지 공격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헤즈볼라의 위협 탓에 북부 주민의 피란 생활이 길어지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공격을 중단하고 국경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레바논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레바논에선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괴한들에게 공격받는 사건까지 벌어져 분위기가 흉흉하다.

UNIFIL은 28일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간밤 레바논 남부 타이베에서 순찰 중이던 평화유지군이 젊은이 무리에게 공격받아 한 명이 부상했고, 차량 역시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레바논 연일 충돌에 긴장고조…"확전시 세계 불안정"
이날 수도 베이루트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을 만난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이 자국 남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결국은 '포괄적'(comprehensive) 의미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를 멈추기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카티 총리는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과도 전화 통화를 하고 같은 사항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캐머런 장관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가자 분쟁을 레바논과 홍해 또는 더 넓은 권역으로 확대하는 건 세계가 직면한 위험과 불안정을 극도로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일대 주택과 상점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가 이스라엘에 해킹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에게 CCTV의 인터넷 연결을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경지대에 설치된 이스라엘측 감시 카메라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거의 다 파괴되자 이스라엘 측이 민간 CCTV를 해킹해 헤즈볼라 무장대원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진위는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