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요 7개국(G7)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3000억달러(약 387조원)어치를 압류하자고 제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G7 재무장관 등이 모여 러시아 동결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의 의지 표명으로 서방의 러시아 자산 몰수 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자산 압류 작업과 관련한 위험성 평가 등을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을 시작한 지 정확히 2년이 되는 내년 2월 24일에 맞춰 G7 정상회의에서 이 합의를 채택하기 위해 물밑 조율을 시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세 개 실무그룹이 러시아 자산 몰수와 관련한 법적 문제, 압류하고 위험성을 완화하는 방법,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계획에 영국 일본 캐나다는 찬성했다.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유럽연합(EU)은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러시아 자산 몰수의 합법성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간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을 직접 몰수해 사용하는 것부터 동결된 자산의 수익금을 활용하거나 대출 담보로 사용하는 방안까지 여러 가능성을 검토했다. 미국은 당초 러시아 자산 압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다. 자산 압류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종식하기 위한 대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EU는 러시아 자산 자체를 압수하는 것보다 국제증권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에 예치된 러시아의 1910억유로어치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빼내는 방법을 고려해왔다. 러시아와 인접한 만큼 러시아의 직접적인 보복이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유럽의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내년부터 G7 의장국이 되는 이탈리아는 러시아에서 영업하는 자국 기업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