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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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90%가량이 빠져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홍콩의 스톡커넥트 데이터(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내역)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의 올해 중국 증시 순투자액은 지난 8월 2350억위안(약 42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87% 급감한 307억위안(약 5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8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중국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 행진 중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일이 최근 이어졌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최근 공개된 중국의 경제 지표는 시장 우려에 비해 양호했고 부담 요인인 미·중 갈등도 11월 양국이 정상회담한 뒤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다.

"경제 희망없다"…外人투자금 90% '차이나 런'
중국 국유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낮췄다. 시중 유동성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 중국 상장사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중국 투자 펀드 및 국영 금융기관의 대규모 주식 매입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CSI300지수는 3% 넘게 하락해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4.7%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달 중국 상장 주식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약 26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FT는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하며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교차매매가 시행된 2015년 이후 연간 외국인 자금 유입액이 올해 사상 최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왕치 홍콩 UOB케이하이안 자산관리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부동산 위기가 외국인 자금 이탈의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불신도 매우 크다”며 “소비자, 기업, 국내외 투자자 신뢰가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나티시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는 점점 좋아지고 전반적인 환경도 중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중국 증시에 상승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