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더 간다" 근거는 ①금리 인하 ②MMF ③AI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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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목요일>
미국 증시의 긍정적 연말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는 이런 분위기를 바꿀만한 데이터 발표나 이벤트도 없습니다. 미 중앙은행(Fed) 멤버들도 다 휴가를 떠났고요.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된 11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나았습니다. 한국의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했고, 특히 반도체가 12.8%나 늘었습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1.0% 증가했습니다. 일본의 소매판매는 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산업생산은 0.9%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 -1.6%를 웃돌았습니다.
세계 경기를 나타내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연착륙 희망을 더 키웠습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기술 시장의 수요가 회복 탄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 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전 8시 30분(미 동부시간)에 발표된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23일)는 직전 주보다 1만2000건 증가한 21만8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21만5000건보다 많았습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한 건수는 187만5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4000건 증가했습니다. 둘 다 예상보다 높았지만 모두 최근 최고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는 "신규 청구 건수가 지난 5주 동안 네 번째 증가했음에도 4주 평균 청구 건수는 여전히 전주보다 250건 감소한 21만2000건으로 거의 두 달 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노동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해고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속 청구 건수 증가는 실업자가 재취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노동 시장이 어느 정도 둔화되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11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7억 달러(0.8%) 늘어난 903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 이후 최대로 월가 예상 896억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수출은 4월 이후 가장 큰 폭인 3.6% 감소했고 수입은 2.1% 줄었습니다. NDR은 "무역적자 확대는 순 수출이 4분기 GDP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4분기 실질 GDP가 연율 2.3%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2.3%는 잠재성장률보다 높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미국의 11월 잠정주택판매지수는 전월과 같은 71.6을 나타냈습니다. 월가 예상(1.0% 상승)을 밑돌았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5.2% 낮은 수준이고요. NAR의 로런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 하락에도 11월에 더 많은 주택 계약이 맺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수요자의 집 구경 건수가 늘어나는 등 관심은 급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기지 금리는 9주 연속 하락해 6.61%까지 떨어졌지요.
연착륙 기대를 강화하는 이런 데이터에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아침부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3% 소폭 오름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S&P500 지수는 장중 4793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4796)에 3포인트 차이로 육박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또다시 매도세가 나와 기록 경신을 미뤄야 했습니다. 사실 내일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세 지수 모두 9주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단기 급등으로 인해 일부 소화(조정)가 필요하다거나 추가 상승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이번 주 투자자 심리 조사에서는 향후 6개월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은 지난주 52.9%에서 46.3%로 6.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다만 8주 연속 역사적 평균인 37.5%를 넘었죠. 중립으로 보는 시각은 2.4%포인트 상승한 28.6%, 비관론은 4.2%포인트 오른 25.1%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한 투자자는 "과거 이렇게 높은 수준의 낙관론이나 비관론이 있을 때 지수는 정점이나 바닥에 가까운 적이 많았다"라면서 "그 이유는 더 낙관론자(혹은 비관론자)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액티브투자매니저협회(NAAIM) 조사에서는 펀드매니저들의 주간 주식 익스포저도 27일 기준 102.7로 지난주 97.3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1년 11월 주가가 사상 최고에 근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모멘텀을 쫓는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펀드의 주식 매수 포지션이 거의 최대 수준에 다다랐다고 밝혔습니다. 주가가 더 오르더라도 CTA에서의 추가 매수는 제한될 것이며, 주가가 꺾이면 많은 매물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과매수 되었다는 것이지 상승 추세가 반전될 것이란 것은 아닙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추세가 바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습니다. 주가는 많은 주요 이동평균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동평균선 자체도 상승 추세를 보입니다. 트레이더들이 손절매를 설정하는 데 사용하는 파라볼릭SAR(ParabolicSAR) 지표도 여전히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추세 강도를 측정하는 평균 방향성 지수(ADX)는 50을 넘는 매우 높은 수치를 유지중입니다. 이 지표가 정점에 도달한 후 추세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추세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를 의미하죠.
▶50파크 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르한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과매수 상황을 암시하는 일부 기술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극도의 탄력성을 보인다. 하락할 모든 기회가 있지만, 시장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하락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황소(강세론자)가 여전히 명확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밝혔습니다.
▶팩트셋은 "연말 휴가로 인해 매우 조용하다. 내러티브 관점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미 중앙은행(Fed)의 비둘기파적 전환 △연착륙 모멘텀 △금융 여건 완화 △안정적인 2024년 기업 이익 증가 기대 △올해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된 1.3조 달러의 향방 등이 주목할만한 강세론의 근거다. △과매수 상황 △포지셔닝 등은 단기적 오버행(overhang, 시장을 누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약세론자는 △Fed의 긴축 지속 가능성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업 이익 감소 위험 △지정학적 긴장 △미국 대만 등 내년 선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용하던 시장은 오후 1시 미 재무부의 국채 7년물 경매(400억 달러) 결과가 나온 뒤 잠시 출렁였습니다. 응찰률은 2.498배로 지난 6회 평균 2.57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발행 금리는 3.859%에 달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3.837%보다 2.2bp나 높게 형성됐습니다. 해외 투자자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수요는 63.7%에 그쳐 지난 6회 평균 70.0%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순간 3bp 정도 뛰었고, S&P500지수도 4791포인트에서 4786포인트로 5포인트가량 떨어졌습니다.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7년물은 벤치마크 채권도 아니어서 원래 인기가 많지 않은 채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은 5.5bp 오른 3.844%, 2년물은 3.3bp 상승한 4.27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또 다우는 0.14% 올랐고 S&P500 지수는 0.04% 강보합세, 나스닥은 0.03% 약보합세를 기록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종가 37710.10을 기록해 이틀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월가 대다수는 시장이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믿음은 세 가지 요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① Fed의 금리 인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는 오후 4시 기준 Fed가 내년 3월 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88.3%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160bp가 넘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요. 일곱 번 가까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공격적 예상입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금리 인하가 아닙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미리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보험성 금리 인하'(insurance cut)를 원하고 있는 것이죠. Fed가 1995년 세 차례에 걸쳐 보험성 인하를 했을 때 미국 경제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전까지 장기 호황을 누렸습니다. S&500지수는 1995년 34% 폭등했고, 1996년 20.2%, 1997년 31% 치솟았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도 2019년 보험성 인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mid-cycle adjustment'(사이클 중간의 미세조정)이라며 2019년 8월, 9월, 10월에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2019년 28.8% 급등했었습니다.
②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의 귀환
MMF에는 지금 기록적인 5조8700억 달러가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 1조 3000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경기 둔화 위험이 큰 상황에서 현찰을 지키면서 5%가 넘게 치솟은 단기 금리의 혜택을 누리겠다는 돈이죠. 월가에서는 이 자금이 내년에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MMF 자금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아지면 공격적으로 MMF를 빠져나간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입니다. 2007~2008년에 위험 회피를 위해 MMF에 몰렸던 돈은 2009부터 MMF를 빠져나와 증시로 옮겨가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죠. 투자자들은 지금 그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③ 인공지능(AI)에 의한 생산성 향상
올해 미국 증시를 들어 올린 핵심 동인 중 하나가 생성 AI였습니다. 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Seven)은 연초 대비 108% 상승했으며, 기술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4% 넘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AI 테마가 계속 미국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UBS는 "투자자들은 S&P500 지수의 단기 급등 이후 잠재적 단기 변동성 또는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크다. 조정이 발생하면 AI 선두 기업에 대한 노출을 늘릴 수 있는 매력적 진입점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UBS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수요 증가를 예상해 주가는 이미 강하게 반등했지만, 클라우드에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AI 가치 사슬 전반의 기업은 2024년과 그 뒤 장기적으로도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상반기에는 미 증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초 강세론자'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도 이에 속합니다. 웰스파고의 스콧 렌 전략가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에 도달하기 전까지 계속 둔화하면서 S&P500 지수는 의미 있는 상승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S&P500 지수는 이미 우리의 2024년 연말 목표 범위 상단 근처에서 거래되면서 공정 가치보다 훨씬 앞서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Fed가 3월부터 기준금리를 5~6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렌 전략가는 "이런 두 가지 요인(미리 올라버린 S&P500 지수, 낙관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변동성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금 가격이 온스당 2098달러까지 올라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0.8% 하락했지만, 여전히 온스당 2075달러에 달합니다. 금융시장이 이렇게 낙관적인데, 왜 '안전 자산' 금은 각광받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높아지면 약세를 보이고, 금리가 낮아질 때 강세를 보입니다.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도 Fed의 전환으로 인해 약세를 보입니다. 달러는 ICE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100 수준까지 떨어져 이제 올해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됐습니다. 이것도 금값 강세의 원인 중 하나겠지요.
이에 대해 슈뢰더는 금 가격은 2008년 이전엔 원자재 특성에 기반해 거래되었다고 분석합니다. 보석 수요, 그리고 이런 수요가 많은 신흥국 화폐 가치에 연동되어 더 많이 움직였다는 것이죠.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Fed가 제로금리, 양적 완화 등에 나서면서 이후 미 국채의 실질 수익률을 좇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질 수익률이 상승하면 금 가격은 하락하고 하락하면 오르는 식이었다는 것이죠. 중앙은행이 막대한 종이 화폐를 찍어내면서 금은 화폐적 특성에 따라 더 많이 거래됐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이런 금과 채권 수익률 간의 관계는 다시 2022년 초에 무너졌다고 슈뢰더는 지적합니다. 2022년 초부터 Fed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는데요. 만약 금 가격이 실질 수익률을 반영했다면 온스당 1300~1500달러까지 떨어져야 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 1600달러대로 떨어진 적이 있을 뿐 대부분 1800달러 이상에서 버텼다는 것이죠.
슈뢰더는 그 이유로 중국 러시아 등 일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을 들었습니다. 작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 등 서방이 금융제재에 나서자 미국의 동맹국이 아닌 국가 중앙은행 중심으로 (달러 대신) 금 매입 붐이 일었다는 겁니다. 실제 2022년과 2023년 세계 중앙은행 금 수요는 2008년 이후 연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슈뢰더는 이런 중앙은행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약 20%가 금입니다. 터키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중국의 경우 최근 금을 많이 사들였는데도 보유외환 중 금 비중은 3%에서 최근 4%로 늘어났을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서방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금을 보유하는 대표적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Gold Shares(GLD)의 경우 금 보유량이 현재 878t으로 지난 4년 평균 880t과 비슷합니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프레드 히키 전략가는 "서방 기관투자자의 금 수요가 크다거나 뜨거운 투자 열기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증시의 긍정적 연말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는 이런 분위기를 바꿀만한 데이터 발표나 이벤트도 없습니다. 미 중앙은행(Fed) 멤버들도 다 휴가를 떠났고요.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된 11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나았습니다. 한국의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했고, 특히 반도체가 12.8%나 늘었습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1.0% 증가했습니다. 일본의 소매판매는 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산업생산은 0.9%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 -1.6%를 웃돌았습니다.
세계 경기를 나타내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연착륙 희망을 더 키웠습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기술 시장의 수요가 회복 탄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 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전 8시 30분(미 동부시간)에 발표된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23일)는 직전 주보다 1만2000건 증가한 21만8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21만5000건보다 많았습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한 건수는 187만5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4000건 증가했습니다. 둘 다 예상보다 높았지만 모두 최근 최고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는 "신규 청구 건수가 지난 5주 동안 네 번째 증가했음에도 4주 평균 청구 건수는 여전히 전주보다 250건 감소한 21만2000건으로 거의 두 달 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노동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해고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속 청구 건수 증가는 실업자가 재취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노동 시장이 어느 정도 둔화되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11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7억 달러(0.8%) 늘어난 903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 이후 최대로 월가 예상 896억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수출은 4월 이후 가장 큰 폭인 3.6% 감소했고 수입은 2.1% 줄었습니다. NDR은 "무역적자 확대는 순 수출이 4분기 GDP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4분기 실질 GDP가 연율 2.3%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2.3%는 잠재성장률보다 높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미국의 11월 잠정주택판매지수는 전월과 같은 71.6을 나타냈습니다. 월가 예상(1.0% 상승)을 밑돌았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5.2% 낮은 수준이고요. NAR의 로런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 하락에도 11월에 더 많은 주택 계약이 맺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수요자의 집 구경 건수가 늘어나는 등 관심은 급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기지 금리는 9주 연속 하락해 6.61%까지 떨어졌지요.
연착륙 기대를 강화하는 이런 데이터에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아침부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3% 소폭 오름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S&P500 지수는 장중 4793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4796)에 3포인트 차이로 육박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또다시 매도세가 나와 기록 경신을 미뤄야 했습니다. 사실 내일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세 지수 모두 9주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단기 급등으로 인해 일부 소화(조정)가 필요하다거나 추가 상승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이번 주 투자자 심리 조사에서는 향후 6개월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은 지난주 52.9%에서 46.3%로 6.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다만 8주 연속 역사적 평균인 37.5%를 넘었죠. 중립으로 보는 시각은 2.4%포인트 상승한 28.6%, 비관론은 4.2%포인트 오른 25.1%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한 투자자는 "과거 이렇게 높은 수준의 낙관론이나 비관론이 있을 때 지수는 정점이나 바닥에 가까운 적이 많았다"라면서 "그 이유는 더 낙관론자(혹은 비관론자)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액티브투자매니저협회(NAAIM) 조사에서는 펀드매니저들의 주간 주식 익스포저도 27일 기준 102.7로 지난주 97.3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1년 11월 주가가 사상 최고에 근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모멘텀을 쫓는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펀드의 주식 매수 포지션이 거의 최대 수준에 다다랐다고 밝혔습니다. 주가가 더 오르더라도 CTA에서의 추가 매수는 제한될 것이며, 주가가 꺾이면 많은 매물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과매수 되었다는 것이지 상승 추세가 반전될 것이란 것은 아닙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추세가 바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습니다. 주가는 많은 주요 이동평균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동평균선 자체도 상승 추세를 보입니다. 트레이더들이 손절매를 설정하는 데 사용하는 파라볼릭SAR(ParabolicSAR) 지표도 여전히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추세 강도를 측정하는 평균 방향성 지수(ADX)는 50을 넘는 매우 높은 수치를 유지중입니다. 이 지표가 정점에 도달한 후 추세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추세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를 의미하죠.
▶50파크 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르한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과매수 상황을 암시하는 일부 기술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극도의 탄력성을 보인다. 하락할 모든 기회가 있지만, 시장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하락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황소(강세론자)가 여전히 명확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밝혔습니다.
▶팩트셋은 "연말 휴가로 인해 매우 조용하다. 내러티브 관점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미 중앙은행(Fed)의 비둘기파적 전환 △연착륙 모멘텀 △금융 여건 완화 △안정적인 2024년 기업 이익 증가 기대 △올해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된 1.3조 달러의 향방 등이 주목할만한 강세론의 근거다. △과매수 상황 △포지셔닝 등은 단기적 오버행(overhang, 시장을 누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약세론자는 △Fed의 긴축 지속 가능성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업 이익 감소 위험 △지정학적 긴장 △미국 대만 등 내년 선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용하던 시장은 오후 1시 미 재무부의 국채 7년물 경매(400억 달러) 결과가 나온 뒤 잠시 출렁였습니다. 응찰률은 2.498배로 지난 6회 평균 2.57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발행 금리는 3.859%에 달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3.837%보다 2.2bp나 높게 형성됐습니다. 해외 투자자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수요는 63.7%에 그쳐 지난 6회 평균 70.0%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순간 3bp 정도 뛰었고, S&P500지수도 4791포인트에서 4786포인트로 5포인트가량 떨어졌습니다.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7년물은 벤치마크 채권도 아니어서 원래 인기가 많지 않은 채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은 5.5bp 오른 3.844%, 2년물은 3.3bp 상승한 4.27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또 다우는 0.14% 올랐고 S&P500 지수는 0.04% 강보합세, 나스닥은 0.03% 약보합세를 기록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종가 37710.10을 기록해 이틀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월가 대다수는 시장이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믿음은 세 가지 요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① Fed의 금리 인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는 오후 4시 기준 Fed가 내년 3월 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88.3%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160bp가 넘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요. 일곱 번 가까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공격적 예상입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금리 인하가 아닙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미리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보험성 금리 인하'(insurance cut)를 원하고 있는 것이죠. Fed가 1995년 세 차례에 걸쳐 보험성 인하를 했을 때 미국 경제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전까지 장기 호황을 누렸습니다. S&500지수는 1995년 34% 폭등했고, 1996년 20.2%, 1997년 31% 치솟았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도 2019년 보험성 인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mid-cycle adjustment'(사이클 중간의 미세조정)이라며 2019년 8월, 9월, 10월에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2019년 28.8% 급등했었습니다.
②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의 귀환
MMF에는 지금 기록적인 5조8700억 달러가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 1조 3000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경기 둔화 위험이 큰 상황에서 현찰을 지키면서 5%가 넘게 치솟은 단기 금리의 혜택을 누리겠다는 돈이죠. 월가에서는 이 자금이 내년에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MMF 자금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아지면 공격적으로 MMF를 빠져나간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입니다. 2007~2008년에 위험 회피를 위해 MMF에 몰렸던 돈은 2009부터 MMF를 빠져나와 증시로 옮겨가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죠. 투자자들은 지금 그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③ 인공지능(AI)에 의한 생산성 향상
올해 미국 증시를 들어 올린 핵심 동인 중 하나가 생성 AI였습니다. 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Seven)은 연초 대비 108% 상승했으며, 기술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4% 넘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AI 테마가 계속 미국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UBS는 "투자자들은 S&P500 지수의 단기 급등 이후 잠재적 단기 변동성 또는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크다. 조정이 발생하면 AI 선두 기업에 대한 노출을 늘릴 수 있는 매력적 진입점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UBS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수요 증가를 예상해 주가는 이미 강하게 반등했지만, 클라우드에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AI 가치 사슬 전반의 기업은 2024년과 그 뒤 장기적으로도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상반기에는 미 증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초 강세론자'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도 이에 속합니다. 웰스파고의 스콧 렌 전략가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에 도달하기 전까지 계속 둔화하면서 S&P500 지수는 의미 있는 상승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S&P500 지수는 이미 우리의 2024년 연말 목표 범위 상단 근처에서 거래되면서 공정 가치보다 훨씬 앞서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Fed가 3월부터 기준금리를 5~6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렌 전략가는 "이런 두 가지 요인(미리 올라버린 S&P500 지수, 낙관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변동성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금 가격이 온스당 2098달러까지 올라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0.8% 하락했지만, 여전히 온스당 2075달러에 달합니다. 금융시장이 이렇게 낙관적인데, 왜 '안전 자산' 금은 각광받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높아지면 약세를 보이고, 금리가 낮아질 때 강세를 보입니다.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도 Fed의 전환으로 인해 약세를 보입니다. 달러는 ICE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100 수준까지 떨어져 이제 올해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됐습니다. 이것도 금값 강세의 원인 중 하나겠지요.
이에 대해 슈뢰더는 금 가격은 2008년 이전엔 원자재 특성에 기반해 거래되었다고 분석합니다. 보석 수요, 그리고 이런 수요가 많은 신흥국 화폐 가치에 연동되어 더 많이 움직였다는 것이죠.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Fed가 제로금리, 양적 완화 등에 나서면서 이후 미 국채의 실질 수익률을 좇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질 수익률이 상승하면 금 가격은 하락하고 하락하면 오르는 식이었다는 것이죠. 중앙은행이 막대한 종이 화폐를 찍어내면서 금은 화폐적 특성에 따라 더 많이 거래됐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이런 금과 채권 수익률 간의 관계는 다시 2022년 초에 무너졌다고 슈뢰더는 지적합니다. 2022년 초부터 Fed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는데요. 만약 금 가격이 실질 수익률을 반영했다면 온스당 1300~1500달러까지 떨어져야 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 1600달러대로 떨어진 적이 있을 뿐 대부분 1800달러 이상에서 버텼다는 것이죠.
슈뢰더는 그 이유로 중국 러시아 등 일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을 들었습니다. 작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 등 서방이 금융제재에 나서자 미국의 동맹국이 아닌 국가 중앙은행 중심으로 (달러 대신) 금 매입 붐이 일었다는 겁니다. 실제 2022년과 2023년 세계 중앙은행 금 수요는 2008년 이후 연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슈뢰더는 이런 중앙은행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약 20%가 금입니다. 터키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중국의 경우 최근 금을 많이 사들였는데도 보유외환 중 금 비중은 3%에서 최근 4%로 늘어났을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서방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금을 보유하는 대표적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Gold Shares(GLD)의 경우 금 보유량이 현재 878t으로 지난 4년 평균 880t과 비슷합니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프레드 히키 전략가는 "서방 기관투자자의 금 수요가 크다거나 뜨거운 투자 열기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