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에서 풀려난 직원들이 대우건설 현지 직원들과 만났다. / 사진=대우건설
피랍에서 풀려난 직원들이 대우건설 현지 직원들과 만났다. / 사진=대우건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2명이 17일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이들은 현지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대우건설 직원들이다. 대우건설은 이번 석방에 애를 써준 대한민국 정부와 나이지리아 정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30일 외교부와 대우건설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남부 리버스주(州)에서 지난 12일 이동 중에 무장 괴한에 끌려간 대우건설 직원 2명이 전날 석방됐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 2명 모두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며 "병원 검진 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해 가족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석방된 이들과 통화해 위로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우건설측도 "현재 피랍 직원 모두 건강한 상태이며 현지에서 절차를 밟아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귀국할 예정"이라며 "이번 피랍직원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모든 외교채널을 총 동원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와 나이지리아 정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직원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보도유예 요청을 받아주신 국내 전 언론사도 감사한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직원 2명은 지난 12일 오전 10시께(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바이엘사(Bayelsa) 주에 있는 바란 인필(Gbaran Infill)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으로 이동 중에 무장단체에 피랍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2명을 경호하던 군인 등 현지 경호원 4명과 운전사 2명이 무장단체가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한 건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2006∼2007년에도 3차례 있었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피랍에서 풀려나 이동하고 있다. /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직원들이 피랍에서 풀려나 이동하고 있다. / 사진=대우건설
외교부와 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은 이번 피랍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박진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가동했다. 본부와 공관, 현지 진출 우리 기업 간 협조 아래 나이지리아 군·경·정보 당국 등을 대상으로 우리 국민 안전 확인 및 신병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피랍 사건이 당일 네덜란드 국빈방문 중이었던 윤석열 대통령도 보고 즉시 조치를 지시했다. 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면서 무사한 귀환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또한 직원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플랜트사업본부장을 현지로 급파했다. 본사와 현지에 24시간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며 모든 공식·비공식 라인들을 통해 면밀하게 대응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더욱 안전한 현지 근무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지리아에선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 혼란이 가중되면서 지난 5년 새 납치 사건이 3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만 800건, 작년엔 1129건의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나이지리아에는 우리 교민 약 400명이 거주 중이다. 대부분 건설업계 굵직한 대기업이 다수 진출해있으며 근로자만 340여명으로 파악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