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9살 땐 무서웠어요"…혼밥 겁냈던 '이 남성'의 근황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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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원작자, 구스미 인터뷰②
시즌1·1회 명대사 "'어딘지 모를땐 강변으로'는 감"
"한국식당 카운터석 적어…'주문 2인분부터'도 장벽"
혼밥 꿈꾸는 중년에게 "고로가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섭긴 가게 주인도 마찬가지"..혼밥 이미지 바꿔라
시즌1·1회 명대사 "'어딘지 모를땐 강변으로'는 감"
"한국식당 카운터석 적어…'주문 2인분부터'도 장벽"
혼밥 꿈꾸는 중년에게 "고로가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섭긴 가게 주인도 마찬가지"..혼밥 이미지 바꿔라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 구스미 인터뷰①에서 계속 윤석열 대통령이 "꼭 챙겨 본다"고 말해 화제가 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의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는 지난 10월27일 도쿄 기치조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사회적인 의미 따위를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오직 재미 만을 위해 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그린 배경과 인물 설정, 대사 한 줄, 인터뷰에서의 답변 한마디 한 마디에는 지난 30년간 일본이 경험한 사회·경제적 서사가 진하게 녹아 있었다. 구스미 작가도 인터뷰 내내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를 연발했다. ▶'시즌 1'의 제1회의 배경은 도쿄 몬젠나카초의 야키도리집이었는데요. 식당을 찾던 주인공은 "맛집이 어딨는지 모를 때는 강변으로 가라"라고 말합니다.
"저의 맛집 찾는 요령이나 법칙이라기보다 일종의 감이에요. 도쿄 아카바네라는 곳은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사이타마현과 경계를 이루는데요. 이런 접점 같은 곳에 흥미로운 마을이 있죠. 다리가 없던 시절 큰 비로 발이 묶인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가게가 생기고, 그 가게들이 노포가 되니까요."
▶작년 9월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혼밥 사정은 어떻던가요.
"혼자 앉을 수 있는 카운터석이 별로 없더라구요. 단골 이자카야에서 친해진 한국인 학생은 서울의 식당에서 '혼밥 손님은 매출에 도움이 안돼'라는 소리를 듣는게 정말 싫었다더군요. 만화가 허영만 화백도 혼자 식당을 갔을 때 '2인분부터 주문 받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게 싫다더군요." ▶한국 중년 남성에게 혼밥은 역시 어려울까요.
"어려워 보이긴 해도 해 보고 싶어요. 가게 주인한테 혼나더라도 그거 대로 좋은 체험이겠죠."
▶혼밥을 꿈꾸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감행하지 못하는 한국의 중년 남성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머릿속으로 이노가시라 고로가 됐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직장 상사 등에게서 '고로가 돼서 거기 가서 먹어보고 와'라는 명령을 받은 셈 치고요."
▶상당히 떨릴 거 같은데요.
"처음 혼밥을 했던 19살때는 저도 무서웠어요. 하지만 가게 주인도 가게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올 지 모르니 무섭긴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혼술, 혼밥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일본의 중년 남성 관광객이 한국에서 혼밥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 번역기가 있잖아요. 요즘엔 한국도 가게 밖에 요리 사진과 가격을 붙여 놔서 어떤 가게인지 알기 쉬워졌어요. 1985년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맥주'라는 단어만 알고 가게에 들어갔어요. 메뉴판에서 읽을 수 있는게 없으니 정말 용기를 내야 했지만 매우 즐거웠어요"
▶서일본은 다시, 동일본은 간장 하는 식으로 일본은 지역마다 음식문화가 다양한대요. 고독한 미식가의 식당 선정 기준(예스럽고 서민적인 분위기일 것. 맛 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일 것 등)이 분명하다보니 현지의 명물 요리를 소개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럴 땐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을 보시면 되죠. 고독한 미식가는 맛집 소개에서 가장 멀어져야 할 드라마에요."
▶지금까지 서울 부산 전주의 식당들이 고독한 미식가에 등장했습니다. 또다른 지역에 이노가시라 고로 씨가 방문할 가능성이 있나요.
"있습니다. 아직 어디일 지는 몰라도요. 여전히 모르는 도시와 현지 문화, 먹거리가 가득 있으니까요."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 구스미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구스미 마사유키는
1958년 일본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태어나 바로 옆 동네인 기치조지에서 평생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노가시라 고로'라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름도 원작을 그릴 때 살던 집 주소 '기치조지 이노가시라 5번지(일본어로 고로)'에서 땄다. 호세이대 사회학부를 졸업했다.
1981년 단편만화 야행으로 데뷔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1994~1996년 연재한 작품이다. 원작이 10년이 지나 다시 인기를 끌면서 2012년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에세이 작가와 책 디자이너, 음악가이기도 하다. 18살 때 결성한 밴드 스크린톤즈에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시즌 10'까지 제작된 고독한 미식가에는 매 시즌 40~50곡의 배경음악이 사용되는데 모두 스크린톤즈의 곡들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하지만 그가 그린 배경과 인물 설정, 대사 한 줄, 인터뷰에서의 답변 한마디 한 마디에는 지난 30년간 일본이 경험한 사회·경제적 서사가 진하게 녹아 있었다. 구스미 작가도 인터뷰 내내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를 연발했다. ▶'시즌 1'의 제1회의 배경은 도쿄 몬젠나카초의 야키도리집이었는데요. 식당을 찾던 주인공은 "맛집이 어딨는지 모를 때는 강변으로 가라"라고 말합니다.
"저의 맛집 찾는 요령이나 법칙이라기보다 일종의 감이에요. 도쿄 아카바네라는 곳은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사이타마현과 경계를 이루는데요. 이런 접점 같은 곳에 흥미로운 마을이 있죠. 다리가 없던 시절 큰 비로 발이 묶인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가게가 생기고, 그 가게들이 노포가 되니까요."
▶작년 9월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혼밥 사정은 어떻던가요.
"혼자 앉을 수 있는 카운터석이 별로 없더라구요. 단골 이자카야에서 친해진 한국인 학생은 서울의 식당에서 '혼밥 손님은 매출에 도움이 안돼'라는 소리를 듣는게 정말 싫었다더군요. 만화가 허영만 화백도 혼자 식당을 갔을 때 '2인분부터 주문 받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게 싫다더군요." ▶한국 중년 남성에게 혼밥은 역시 어려울까요.
"어려워 보이긴 해도 해 보고 싶어요. 가게 주인한테 혼나더라도 그거 대로 좋은 체험이겠죠."
▶혼밥을 꿈꾸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감행하지 못하는 한국의 중년 남성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머릿속으로 이노가시라 고로가 됐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직장 상사 등에게서 '고로가 돼서 거기 가서 먹어보고 와'라는 명령을 받은 셈 치고요."
▶상당히 떨릴 거 같은데요.
"처음 혼밥을 했던 19살때는 저도 무서웠어요. 하지만 가게 주인도 가게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올 지 모르니 무섭긴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혼술, 혼밥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일본의 중년 남성 관광객이 한국에서 혼밥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 번역기가 있잖아요. 요즘엔 한국도 가게 밖에 요리 사진과 가격을 붙여 놔서 어떤 가게인지 알기 쉬워졌어요. 1985년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맥주'라는 단어만 알고 가게에 들어갔어요. 메뉴판에서 읽을 수 있는게 없으니 정말 용기를 내야 했지만 매우 즐거웠어요"
▶서일본은 다시, 동일본은 간장 하는 식으로 일본은 지역마다 음식문화가 다양한대요. 고독한 미식가의 식당 선정 기준(예스럽고 서민적인 분위기일 것. 맛 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일 것 등)이 분명하다보니 현지의 명물 요리를 소개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럴 땐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을 보시면 되죠. 고독한 미식가는 맛집 소개에서 가장 멀어져야 할 드라마에요."
▶지금까지 서울 부산 전주의 식당들이 고독한 미식가에 등장했습니다. 또다른 지역에 이노가시라 고로 씨가 방문할 가능성이 있나요.
"있습니다. 아직 어디일 지는 몰라도요. 여전히 모르는 도시와 현지 문화, 먹거리가 가득 있으니까요."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 구스미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구스미 마사유키는
1958년 일본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태어나 바로 옆 동네인 기치조지에서 평생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노가시라 고로'라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름도 원작을 그릴 때 살던 집 주소 '기치조지 이노가시라 5번지(일본어로 고로)'에서 땄다. 호세이대 사회학부를 졸업했다.
1981년 단편만화 야행으로 데뷔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1994~1996년 연재한 작품이다. 원작이 10년이 지나 다시 인기를 끌면서 2012년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에세이 작가와 책 디자이너, 음악가이기도 하다. 18살 때 결성한 밴드 스크린톤즈에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시즌 10'까지 제작된 고독한 미식가에는 매 시즌 40~50곡의 배경음악이 사용되는데 모두 스크린톤즈의 곡들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