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선언한 것은 새해 한반도 정세가 더욱 격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김 위원장은 그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 결론에서 “북남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며, 정권 붕괴와 흡수 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과 “고압적·공세적 초강경 정책”을 천명했다.

원인과 결과, 일의 선후를 뒤집는 북한 특유의 적반하장식 공세이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지난 1년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다섯 차례나 ICBM을 쏘아 올렸고, 11월에는 두 차례 실패 끝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도 성공해 핵 타격을 위한 ‘눈’과 ‘주먹’을 모두 갖췄다. 핵무력 고도화를 북한 헌법에 명시하고, 핵 선제 사용도 법제화했다. 핵탄두 실물을 공개했으며, 전술핵잠수함도 진수했다. 새해에는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그제 회의에서 이 모든 상황이 한·미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 신설·가동,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전략핵잠수함을 비롯한 미군 전략자산 전개 확대 등 ‘반북 대결 책동’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견강부회(牽强附會)에 동조할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를 빼면 거의 없다. 9·19 군사합의 파기 책임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 탓으로 돌렸지만 합의의 전면 폐기를 선언한 것은 북한이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전쟁이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만일의 경우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새해에는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될 전망이다.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겨냥한 도발 가능성이 특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우리 군의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 국민의 분열 없는 단합이다. 김정은은 그제 역대 남한 정권은 보수든 진보든 북한 흡수 통일의 의도가 다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확한 인식과 단호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