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이미 확정된 용역업체에 대한 벌점 책정을 번복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적인 견해 표명에 대한 신뢰 보호 원칙을 어겨 기업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봤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A·B사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벌점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2016년 6월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지하구간 내진보강공사’ 건설사업 관리 용역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2019년 2월 감사를 벌인 뒤 자재에 기포가 발생한 사실 등을 지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감사위는 서울교통공사에 공사 감독자인 원고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라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원고들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벌점 23점을 부과하겠다고 통지받았다.

서울교통공사는 그 후 원고들의 의견과 소명자료를 검토해 일부 항목의 벌점을 감경하거나 징계처분 수준을 주의·경고·미부과로 변경해 최종 벌점을 3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서울시 감사위는 원고들의 벌점이 확정된 지 1년 후 시행한 이행실태 감사에서 벌점을 더 매기길 요구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원고들의 벌점을 총 14점으로 변경했다. 이에 반발한 원고들은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벌점 3점을 부과받은 이후 이 일로 더 이상 벌점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공공입찰 참여, 신규 인력 채용 등을 했던 원고들로선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선행 조치를 통해 표명한 공적 견해를 믿었던 원고들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