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지난 3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지난 3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만났지만 “변화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은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에 줄줄이 합류할 경우 이낙연발(發) 야권 분열의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55분여 만에 돌아섰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며 시한을 연말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당은 시스템이 있고 당원과 국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당원과 국민은 자신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 전 대표에게 탈당하지 말고 단합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형편없는 폭주에도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당 안에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전 대표는 “당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와 정신, 품격을 지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둘은 별다른 인사 없이 악수만 한 채 헤어졌다.

이 전 대표는 곧 탈당하고 이르면 오는 4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1일에는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과 새해맞이 행사를 한다. 이 전 대표는 “양당을 떠난 국민도 국민이고, 민주당을 떠나는 국민을 모셔 오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임박한 가운데 당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칙과 상식 역시 2023년까지 이 대표의 2선 후퇴와 비대위 전환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이르면 이번주 초 탈당과 ‘이낙연 신당’ 합류 여부 등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