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수종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최수종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올해 K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은 배우 최수종이었다.

31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2023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은 이변 없이 최수종에게 돌아갔다. 최수종이 올해 대상을 차지하면서 KBS에서만 4번째 대상 트로피를 차지하게 됐다. 최수종이 출연한 '고려거란전쟁'은 각 부문에서 수상자를 내며 7관왕에 올랐다.

이름이 호명되자 눈물을 쏟은 최수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수종은 "감사하다"며 "저보고 상복이 많냐고 하는데, 대상은 4번째"라고 직접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순간 중 당연한 건 없었다"며 "이 시간에도 기도하고 있을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우리 드라마가 반도 안했는데,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했기에 가능한 거 같다"며 "제가 존경할 정도로 꼼꼼한 스태프 한분한분을 사랑하고, 함께한 배우들도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KBS는 올해 공영방송 50주년을 맞이했다. 최수종이 주인공 강감찬 역을 맡은 '고려거란전쟁'은 2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하사극으로 빠른 전개, 스펙타클한 전쟁신, 배우들의 열연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기며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수종은 1998년 '야망의 전설', 2001년 '태조왕건', 2007년 '대조영'으로 KBS에서 연기대상을 받은 바 있다. 2018년 '하나뿐인 내 편' 이후 5년 만에 참석한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사극 대가'의 면모를 인정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도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배우 이원종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이원종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고려거란전쟁'으로 조연상을 받은 이원종은 "영화 '행복의 나라'를 같이 찍은 배우가 갔다"며 "야만의 세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수상 소감을 전하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행복의 나라'는 이선균이 주연으로 참여했던 작품. 지난해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이선균이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지면서 개봉이 밀렸고, 결국 유작이 됐다.

이선균과 함께 tvN '시베리아 선발대'를 촬영할 만큼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던 이상엽도 고인이 된 이선균에 대한 마음을 에둘러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순정복서'로 인기상을 받은 이상엽은 "작품을 하며 지칠 때가 있는데 격려해준 스태프, 배우들,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에 좋은 상을 받게 된 거 같다"며 "저도 그분들께 힘이 되고 격려를 줄 수 있는 그릇의 사람, 연기를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려거란전쟁'으로 인기상과 우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지승현은 "내년엔 슬픈 일 보다 좋은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많았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하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지승현은 이선균의 빈소에서 오열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끈 바 있다.

감동적인 수상 소감도 이어졌다.

'폭염주의보' 문우진은 2020년 '한 번 다녀왔습니다'로 청소년연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문우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다음번엔 다음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배우 이원정, 서지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이원정, 서지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신인상을 받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영우는 "어릴 때부터 꿈만 꿨던 무대에 서서 감격스럽다"면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오아시스' 추영우는 신인상 수상 이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깜짝 큰절을 해 박수를 받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서지혜도 신인상을 받은 후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폭염부터 한파까지 촬영했는데, 정말 따뜻했던 현장이었다"면서 모든 공을 함께한 스태프, 동료, 선배 배우들에게 돌렸다. 또 "힘들게 버텨온 저 자신에게도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극야' 이재원은 드라마스페셜 TV시네드라마상을 받은 후 "짧게 하라고 했는데, 제가 오래 연기해서 말할 사람이 많다"며 "장모님이 아이 안 봐주셨으면 저 촬영하러 못 나갔을 거 같고, 형과 형수 힘들 때마다 돈 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솔직한 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작가상을 받은 '고려거란전쟁' 이정우 작가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전우성 감독의 대리 수상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전우성 감독은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 오전까지 대본을 넘기고,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못 오시게 됐다"며 "'고려거란전쟁'을 사랑해주시고, 시청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의 사랑과 성원이 있었기에 방송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을 봄에 시작해서 겨울을 맞고 있는데, 큰 사랑 덕분에 지치지 않고 만들고 있다"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금이야 옥이야'로 우수상을 받은 서준영은 "청소년드라마 '반올림'부터 시작했지만 청소년상도, 신인상도 못 받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면서 작품을 함께한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우아한 제국' 이시강도 "이 자리에 오기까지 15년이 걸렸다"며 "단역부터 시작해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혼례대첩'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로운은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며 "준비하는 과정까지 온전히 즐기지 못할 거 같았는데, '혼례대첩'을 함께 한 분들 덕분에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연기를 잘하는 게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효심이네 각자도생' 유이는 최우수상 수상자로 호명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유이는 "제 인생에 인기상도 처음 받고, 최우수상도 처음 받아 본다"며 "제가 잘해서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송인 장성규, 설인아, 로운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방송인 장성규, 설인아, 로운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예측 못한 상황에 웃음도 터져 나왔다. '고려거란전쟁' 최수종은 김동준과 함께 베스트커플상을 받자 "왜 저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이라며 "기가 막힌 눈물이 난다"면서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최수종은 "모든 분이 제가 사극을 하면 '당연히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큰 부담감을 갖고 아닌 척하면서 대본을 10번, 20번, 100번 더 본다"며 "좀 더 잘하고 싶어서 그런다. 그런 부담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은 KBS 드라마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모나이즈가 '드림하이', '느낌', '아이리스' 등 KBS 히트 드라마의 OST를 재구성해 선보이자, 객석에서도 손뼉을 치며 함께 따라부르는 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효심이네 각자도생' OST를 부른 영탁은 '폼미쳤다', '찐이야'를 비롯해 '각자도생'까지 연이어 선보였고,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많이 사랑해 달라"는 말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환갑이 넘는 평균 연령이지만 지난해 데뷔해 큰 관심을 받은 신인 걸그룹 골든걸스의 축하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이은미의 '애인있어요',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 등 각 멤버들의 히트곡 메들리에 이어 신곡 '원 라스트 타임'(One last time)까지 열창했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 청소년 연기상
'폭염주의보' 문우진
'금이야 옥이야' 김시은

▲ 신인상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원정
'오아시스' 추영우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서지혜

▲ 드라마스페셜 TV시네드라마상
'극야' 이재원
'고백공격' 채원빈
'그림자고백' 홍승희

▲ 작가상
'고려거란전쟁' 이정우 작가

▲ 조연상
'오아시스' 김명수
'고려거란전쟁' 이원종
'혼례대첩' 조한철
'오아시스', '그림자 고백' 강경헌

▲우수상(일일드라마)
'금이야 옥이야' 서준영
'우아한 제국' 이시강
'우당탕탕 패밀리' 남상지
'비밀의 여자' 최윤영

▲ 인기상
'혼례대첩' 로운
'진짜가 나타났다' 안재현
'순정복서' 이상엽
'고려거란전쟁' 지승현
'오아시스' 설인아
'효심이네 각자도생' 유이
'혼례대첩' 조이현

▲ 베스트커플상
'오아시스' 장동윤, 설인아
'진짜가 나타났다' 안재현, 백진희
'효심이네 각자도생' 유이, 하준
'혼례대첩' 로운, 조이현
'고려거란전쟁' 김동준, 최수종

▲ 우수상(장편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지승현
'효심이네 각자도생' 하준
'진짜가 나타났다' 백진

▲ 우수상(미니시리즈)
'오아시스' 장동윤
'오아시스' 설인아
'혼례대첩' 조이현

▲ 최우수상
'고려거란전쟁' 김동준
'혼례대첩' 로운
'효심이네 각자도생' 유이

▲ 대상
'고려거란전쟁' 최수종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