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구상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구상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나선 가운데서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환의 고삐를 죄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인 하이브리드카 투자에도 자원을 배분해 전기차·하이브리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뼈대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에도 더욱 공을 들인다.

보급형 전기차로 대중화 선도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26년 94만 대, 2030년 20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2년 연 21만 대였던 판매량을 4년 내 네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8%에서 2026년 18%, 2030년 34%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7을 필두로 다양한 차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100만5000대로 잡고 있다. 현대차보다 도전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15개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고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특히 3만달러부터 8만달러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확산을 위해선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시작으로 보급형 전기차를 연달아 선보일 방침이다. 실구매가가 3000만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중소형 전기 SUV EV3가 첫 타자다. 내년 2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가 최초로 적용된다. 준중형 전기 세단 EV4도 내년 말 출격이 예상된다. 기아는 향후 엔트리 모델인 EV1·EV2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국내 경차 시장의 부활을 가져온 인기 모델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 ‘캐스퍼 일렉트릭’(가칭)을 내년 하반기 선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생산 기지도 새 판을 짜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공장은 전기차 혼류 공장으로 전환하는 한편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에 짓고 있는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은 연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본격적으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인도네시아, 체코 등에서도 전기차 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이미 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SDV 개발 체제 본격화

현대차그룹은 SDV 개발 체제로의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SDV 구현을 위한 초석은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와 기본 상품성을 지금보다 대폭 끌어올리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도 기본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OTA는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수많은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차를 서비스센터에 가지고 가지 않아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다양한 신기술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모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OTA가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부품과 기능을 제어하는 수많은 제어기를 통합한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와 SDV에 최적화한 차량용 운영체제(OS) 개발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SDV 전용 OS가 장착되면 방대한 차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많은 전자장치 부품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