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일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의약품 판권을 아시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기업인 중국계 CBC그룹에 매각한다.

셀트리온 '다케다 亞·太 판권'…3년여 만에 CBC그룹에 매각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은 다케다제약의 아·태지역 의약품 판권을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리해 매각한다.

전문의약품 판권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CBC그룹에 넘긴다. CBC그룹은 운용자산만 70억달러(약 9조1000억원)로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투자기업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오래전부터 CBC그룹과 협업하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CBC그룹은 다케다제약의 중국 판권을 인수해 성장시킨 만큼 이번 인수 시너지가 클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판권 인수전에 총 세 곳이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전문의약품 중 당뇨병 치료제 네시나와 액토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의 국내 판권은 계속 보유할 계획이다.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일반의약품 국내 판권은 국내 대형 제약사와 협상 중이다. 국내 판권 매각 대금은 수백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최종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2020년 6월 다케다제약으로부터 한국을 비롯해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국가에서 판매 중인 18개 의약품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약 3074억원에 인수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이번 매각을 통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둘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현금 유동성이 좋아진 만큼 신규 파이프라인 임상이나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신약 개발 사업에 속도를 더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엔 몇 차례 우여곡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부터 아·태 판권 ‘통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자 서 회장은 인수 후보자들의 의중에 맞게 거래 구조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서 회장과 CBC그룹 간 인연도 화제다. 셀트리온은 2020년 CBC그룹과 함께 중국 공장 설립을 검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설립은 무산됐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