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멜라져도 돼"
김멜라는 요즘 현대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담대하며 명랑한 서정을 보여준다”(소설가 편혜영)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자음과 모음>으로 등단한 뒤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한 그가 첫 에세이집 <멜라지는 마음>을 내놨다. 최근 1년간 ‘월간 현대문학’에 게재한 글과 미공개 원고를 엮어 펴냈다.

‘멜라지는 마음’이란 어떤 걸까. 그동안 ‘멜라’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도 함구해온 작가는 책 마지막 장에서 그 답을 밝혔다. ‘멜르다’는 ‘찌그러뜨리다’의 제주 방언이다. 글이 잘 안돼 고민하고 시름하던 때 연인 온점과의 대화에서 작가의 필명이 탄생했다.

작가에게 온점은 유일한 안식처였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볼을 부비며 서로를 ‘멜르는’ 동안 느낀 행복과 애정을 이름에 담았다. 그는 “나에겐 멜르기 좋은 이 사람이 있으니, 이미 넘치는 행복을 받은 것이었다”며 “글을 못 쓰는 나라고 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세심한 필체로 자신의 삶을 그려냈다. “소설은 몰라도 적어도 에세이에서만큼은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부족한지, 어떻게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지를 쓰고 싶었다”고 했을 만큼 슬픔과 기쁨을 넘나드는 감정, 어린 시절의 기억, 온점과 지내는 일상으로 책을 가득 채웠다.

에세이를 쓰기로 하면서 겪은 고충도 적었다. 네 번째 책을 낸 ‘프로 소설가’에게도 처음 도전하는 에세이는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주목받고 싶지 않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삶의 한 부분이 드러날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사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내면까지 거리낌 없이 드러냈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에게 글이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서툴게나마 사랑을 말하는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랑의 말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끝맺으며 작가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을 다정하게 다독였다. “괜찮아, 멜라져도 돼.”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