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0곡, 키신 10곡, 유자왕 18곡…작품따라 연주자 따라 다른 '앙코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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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다른 클래식의 '디저트'
올라프손, 곡 성격 감안해 생략
"앙코르가 공연 감동 깨선 안돼"
합창·비창은 'NO 앙코르'가 관례
조성진·손열음은 '앙코르 부자'
키신은 앙코르만 1시간 넘게 선물
지메르만, 컨디션 나빠도 2곡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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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르만, 컨디션 나빠도 2곡 연주
지난달 2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살아있는 피아노 전설’의 컨디션은 최상이 아니었다. 연주곡 사이사이에 잔기침을 할 정도로 힘에 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자신을 찾은 한국 팬들을 본 공연이 끝나자마자 돌려세울 정도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모질지 않았다. 힘겹게 두 팔을 든 그는 앙코르로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 2곡을 들려줬다. 그러고는 피아노 건반 덮개를 닫아버렸다. 재치 있게 보여준 “이젠 끝”이란 메시지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시 한번’을 뜻하는 프랑스어 앙코르는 이처럼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그날 연주한 작품의 성격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2~3곡 정도를 들려주는 게 보통이지만, 어떤 연주자는 메인 메뉴 뒤에 나온 ‘디저트’처럼 한 곡으로 끝내거나 아예 생략하기도 하고, 어떤 연주자는 1시간이 넘는 ‘새로운 메인 메뉴’로 선보이기도 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유일한 문제는 앙코르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바흐는 아리아를 중심으로 도는 30개 행성의 태양계를 창조했어요. 그 위대한 세계에 제 마음대로 31번째 행성을 더할 순 없습니다.”
그가 앙코르를 생략한 이유는 이날 연주곡에 있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은 수미상관을 이루는 주제 선율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이 치밀하게 얽혀 중간 휴식도 하지 않는 곡이다. 이 여운을 관객들이 느껴야 하는데, 괜히 앙코르를 했다간 본 공연의 감동이 깨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임윤찬도 그랬다. 평소 두 곡 안팎의 앙코르를 들려주지만, 2021년 10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12곡)을 무대에 올릴 때는 생략했다. 그는 “탄생과 죽음이 전부 담겨 있는 이 곡 뒤에 더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앙코르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했다.
교향곡 중에도 앙코르와 ‘궁합’이 맞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 대표적이다. 작곡가가 그린 슬픔에 빠져 그 여음까지 느끼는 게 포인트이거나 엄청난 에너지의 뒷맛을 곱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LA 필하모닉은 2015년 내한 당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 뒤 앙코르를 생략했고, 지난달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각각 무대에 올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도 앙코르 없이 무대를 떠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앙코르 부자’다. 그는 2018년 국내 리사이틀에서 연주 시간만 40분에 달하는 쇼팽 발라드 전곡(4곡)을 앙코르로 들려줘 큰 환호를 받았다. 2020년 리사이틀에선 앙코르로 약 30분이 소요되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전 악장(오후 3시 공연)과 40분짜리 대곡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오후 7시30분 공연)을 선보였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손열음도 앙코르에 후한 연주자로 통한다. 선우예권은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해(2017년)에 연 리사이틀에서 7곡을 추가로 연주했고, 손열음은 2016년 공연에서 앙코르로 총 10곡을 들려준 바 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하지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자신을 찾은 한국 팬들을 본 공연이 끝나자마자 돌려세울 정도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모질지 않았다. 힘겹게 두 팔을 든 그는 앙코르로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 2곡을 들려줬다. 그러고는 피아노 건반 덮개를 닫아버렸다. 재치 있게 보여준 “이젠 끝”이란 메시지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시 한번’을 뜻하는 프랑스어 앙코르는 이처럼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그날 연주한 작품의 성격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2~3곡 정도를 들려주는 게 보통이지만, 어떤 연주자는 메인 메뉴 뒤에 나온 ‘디저트’처럼 한 곡으로 끝내거나 아예 생략하기도 하고, 어떤 연주자는 1시간이 넘는 ‘새로운 메인 메뉴’로 선보이기도 한다.
앙코르, 꼭 하는 건 아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비킹쿠르 올라프손 공연에는 앙코르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가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 극찬한 그의 연주를 하나라도 더 귀에 담으려던 관객에겐 이런 서운함이 또 없었다. 무대 뒤로 향하는 그를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계속 불러세우자 올라프손이 직접 사정을 설명했다.“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유일한 문제는 앙코르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바흐는 아리아를 중심으로 도는 30개 행성의 태양계를 창조했어요. 그 위대한 세계에 제 마음대로 31번째 행성을 더할 순 없습니다.”
그가 앙코르를 생략한 이유는 이날 연주곡에 있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은 수미상관을 이루는 주제 선율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이 치밀하게 얽혀 중간 휴식도 하지 않는 곡이다. 이 여운을 관객들이 느껴야 하는데, 괜히 앙코르를 했다간 본 공연의 감동이 깨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임윤찬도 그랬다. 평소 두 곡 안팎의 앙코르를 들려주지만, 2021년 10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12곡)을 무대에 올릴 때는 생략했다. 그는 “탄생과 죽음이 전부 담겨 있는 이 곡 뒤에 더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앙코르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했다.
교향곡 중에도 앙코르와 ‘궁합’이 맞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 대표적이다. 작곡가가 그린 슬픔에 빠져 그 여음까지 느끼는 게 포인트이거나 엄청난 에너지의 뒷맛을 곱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LA 필하모닉은 2015년 내한 당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 뒤 앙코르를 생략했고, 지난달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각각 무대에 올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도 앙코르 없이 무대를 떠났다.
앙코르로 3부 공연 만들기도
반면 작품 성격을 크게 따지지 않고 앙코르를 넉넉하게 베푸는 연주자도 많다. ‘피아노의 황제’로 통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은 2006년 첫 내한 리사이틀 무대에서 10곡을 앙코르로 선물했다. 청중은 떠날 생각이 없는 듯 연신 박수 세례를 퍼부으며 그를 불러냈고, 앙코르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키신은 앙코르로 3부 공연을 한다”는 얘기가 괜한 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자 왕도 2022년 내한 리사이틀에서 무려 18곡을 앙코르로 쏟아내 클래식 애호가들을 열광하게 했다.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앙코르 부자’다. 그는 2018년 국내 리사이틀에서 연주 시간만 40분에 달하는 쇼팽 발라드 전곡(4곡)을 앙코르로 들려줘 큰 환호를 받았다. 2020년 리사이틀에선 앙코르로 약 30분이 소요되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전 악장(오후 3시 공연)과 40분짜리 대곡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오후 7시30분 공연)을 선보였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손열음도 앙코르에 후한 연주자로 통한다. 선우예권은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해(2017년)에 연 리사이틀에서 7곡을 추가로 연주했고, 손열음은 2016년 공연에서 앙코르로 총 10곡을 들려준 바 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