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뼈 닮은 우주선 부품…"사람이 만든 것보다 10배 강력"
미국 수도 워싱턴DC 북동쪽 10.5㎞ 떨어진 곳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GSFC). 이곳에선 외계인 뼈처럼 보이는 기괴한 금속 부품(사진)을 만든다. 인간의 설계 문법을 따르지 않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우주선 부품이다.

2일 NASA에 따르면 GSFC는 ‘진화된 구조 프로세스(ESP)’ AI를 활용해 화성 귀환 우주선과 토성 위성 타이탄 탐사 비행체, 목성형 외계행성 관찰 우주망원경 등을 설계하고 있다. 라이언 매클랜드 NASA GSFC 연구원은 “사람이 보름에 걸쳐 설계할 부품을 AI는 1분 만에 만들어낸 뒤 반복 수정한다”며 “외계인의 뼈처럼 보이는 이 부품의 무게 대비 강성 비율이 인간이 설계한 부품보다 10배 이상 뛰어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망원경에 들어가는 티타늄 비계는 알루미늄 극저온 격실 안에 있는 적외선수신기(IR) 반사경과 이를 지탱하는 탄소섬유판에 연결된다. 서로 다른 열팽창 특성을 지닌 물체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연결 구조를 이루는 게 핵심이다. AI는 광학센서를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순식간에 설계하고 있다.

NASA는 우주선 부품 설계에 AI 활용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매년 수천 개의 맞춤형 부품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매클랜드 연구원은 “달이나 화성에서 발견될 자원을 사용해 우주 설비를 현지에서 설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기존에 없던 신물질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것도 AI의 장기다. 구글 딥마인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AI를 이용해 220만 개의 새로운 결정 구조를 발견했으며 신소재 38만10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에는 딥마인드의 ‘구글놈(GNoME)’이란 AI가 활용됐다. 소재 데이터베이스(DB)를 학습한 뒤 비율 재조합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물질을 찾아냈다. 새롭게 발견된 결정구조 대부분은 그간 인류가 쌓아온 화학지식에서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게 구글 딥마인드의 설명이다.

박지용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위원은 “새로운 결정구조를 단기간에 220만 개 탐색해 신소재를 38만 개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현재까지 과학계에 알려진 전체 결정구조 수보다 많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자원부(DOE) 연구프로그램 ‘더머티리얼스 프로젝트’가 2011년부터 10년 동안 20만 개 결정구조를 탐색해 4만8000개 신소재 후보 물질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열 배가량의 성과다. 박 연구위원은 “신물질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지만 성공만 한다면 실리콘 반도체처럼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