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 "우리가 늘 와이파이 쓰듯 AI 쓰는 게 당연한 날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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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휴이넘이 온다
빠르게 일상 파고드는 AI
인터넷 원리 몰라도 쓰는 것처럼
외국어 뉘앙스까지 통역받는 등
머지않아 AI 없인 생활 못 할 수도
10년 이어질 '혁신의 항해' 시작
빠르게 일상 파고드는 AI
인터넷 원리 몰라도 쓰는 것처럼
외국어 뉘앙스까지 통역받는 등
머지않아 AI 없인 생활 못 할 수도
10년 이어질 '혁신의 항해' 시작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이 와이파이처럼 범용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AI 반도체 출시를 계기로 ‘인텔 에브리웨어(Intel Everywhere)’라는 모토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AI가 우리 삶에 뿌리를 내려 AI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게 겔싱어 CEO의 예측이다. 그는 “AI는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며 “10년간 이어질 혁신의 항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14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가운데 있는 나스닥 건물에선 인텔의 새로운 AI 반도체 출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그간 인텔이 견딘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인텔은 한때 중앙처리장치(CPU)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모바일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겔싱어 CEO는 인텔을 다시 도약시킨다는 사명을 부여받아 2021년 2월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겔싱어 CEO는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시점을 “센트리노의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와이파이 기술이 널리 퍼진 데는 인텔 센트리노 플랫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와이파이 프로토콜의 첫 번째 버전은 1997년 출시됐지만 전송 속도가 느리고 와이파이 지원 노트북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이 열리지 못했다. 2003년에야 인텔이 센트리노라는 무선 노트북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무선 인터넷 시장이 막을 올렸다. 겔싱어 CEO는 센트리노 개발의 주역이다.
그는 와이파이 확산의 계기가 된 센트리노 출시처럼 AI도 시장 확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문을 연 AI 반도체 시장에 AMD와 인텔이 뛰어들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서버 등에 AI가 기능할 수 있는 반도체 기반이 마련되고 있어서다.
겔싱어 CEO는 “AI 기술이 적용된 노트북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3~4년이던 디바이스 교체 주기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AI 반도체로 개발자들이 새로운 AI 기반 앱을 개발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 스마트폰 혹은 노트북을 산 사람이라도 AI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하면 올해라도 새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는 의미다.
겔싱어 CEO는 AI의 활용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는 일본어에서 ‘하이’는 ‘네’라는 뜻이지만 대화 속에서 무조건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의미로 사용되진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 사람들에게 ‘하이’는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뜻일 뿐이며, 몸짓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를 할 수도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하면 화상회의에서 단순한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표정 동작 뉘앙스 등을 활용해 전체 의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이 모든 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필요도 없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가 자랄 땐 인터넷이 뭔지도 몰랐지만,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활 속에 AI가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AI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선 규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의료 서비스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규제를 업데이트하고 수정해야 하며, 인텔도 규제를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하면서 정보 보안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하게 규제받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개방형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겔싱어 CEO는 “AI가 우리 삶에 더 널리 보급됨에 따라 기술자와 기술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AI가 소수 테크기업 혹은 엔지니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에 널리 보급되도록 하는 게 인텔의 책무”라고 했다. “AI가 인간의 삶에 점차 통합될 수 있도록 참여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고, 이게 우리가 ‘기술이 선의의 힘’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 팻 겔싱어 CEO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979년 입사해 수석부사장 겸 디지털엔터프라이즈그룹 총괄 등을 지냈다. 그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을 때가 인텔의 전성기였다. USB, 와이파이 등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겔싱어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후 인텔을 떠나 VM웨어 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 기간 VM웨어를 클라우드 인프라,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및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이끌며 연매출을 세 배가량 늘렸다.
2021년 인텔 CEO로 돌아온 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선언하고,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지난 12월 14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가운데 있는 나스닥 건물에선 인텔의 새로운 AI 반도체 출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그간 인텔이 견딘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인텔은 한때 중앙처리장치(CPU)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모바일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겔싱어 CEO는 인텔을 다시 도약시킨다는 사명을 부여받아 2021년 2월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겔싱어 CEO는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시점을 “센트리노의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와이파이 기술이 널리 퍼진 데는 인텔 센트리노 플랫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와이파이 프로토콜의 첫 번째 버전은 1997년 출시됐지만 전송 속도가 느리고 와이파이 지원 노트북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이 열리지 못했다. 2003년에야 인텔이 센트리노라는 무선 노트북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무선 인터넷 시장이 막을 올렸다. 겔싱어 CEO는 센트리노 개발의 주역이다.
그는 와이파이 확산의 계기가 된 센트리노 출시처럼 AI도 시장 확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문을 연 AI 반도체 시장에 AMD와 인텔이 뛰어들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서버 등에 AI가 기능할 수 있는 반도체 기반이 마련되고 있어서다.
겔싱어 CEO는 “AI 기술이 적용된 노트북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3~4년이던 디바이스 교체 주기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AI 반도체로 개발자들이 새로운 AI 기반 앱을 개발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 스마트폰 혹은 노트북을 산 사람이라도 AI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하면 올해라도 새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는 의미다.
겔싱어 CEO는 AI의 활용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는 일본어에서 ‘하이’는 ‘네’라는 뜻이지만 대화 속에서 무조건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의미로 사용되진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 사람들에게 ‘하이’는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뜻일 뿐이며, 몸짓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를 할 수도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하면 화상회의에서 단순한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표정 동작 뉘앙스 등을 활용해 전체 의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이 모든 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필요도 없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가 자랄 땐 인터넷이 뭔지도 몰랐지만,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활 속에 AI가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AI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선 규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의료 서비스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규제를 업데이트하고 수정해야 하며, 인텔도 규제를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하면서 정보 보안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하게 규제받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개방형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겔싱어 CEO는 “AI가 우리 삶에 더 널리 보급됨에 따라 기술자와 기술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AI가 소수 테크기업 혹은 엔지니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에 널리 보급되도록 하는 게 인텔의 책무”라고 했다. “AI가 인간의 삶에 점차 통합될 수 있도록 참여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고, 이게 우리가 ‘기술이 선의의 힘’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 팻 겔싱어 CEO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979년 입사해 수석부사장 겸 디지털엔터프라이즈그룹 총괄 등을 지냈다. 그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을 때가 인텔의 전성기였다. USB, 와이파이 등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겔싱어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후 인텔을 떠나 VM웨어 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 기간 VM웨어를 클라우드 인프라,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및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이끌며 연매출을 세 배가량 늘렸다.
2021년 인텔 CEO로 돌아온 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선언하고,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