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중 괴한에게 피습을 당하면서 총선 정국에 끼칠 영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탈당 움직임을 보이던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가 시기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탈당을 시사하고 4일께 신당 창당을 예고했지만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비명계 4인방(이원욱·김종민·윤영찬·조응천)이 모인 ‘원칙과 상식’도 이번주 이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할 예정이었지만 순연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이들은 이 대표에게 ‘당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를 거부해 독자 행보로의 전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가 최소 보름 이상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들의 최종 입장 발표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신분과 범행 동기에 따라 여야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피의자가 국민의힘과 간접적으로라도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여당에 정치적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피의자가 민주당 당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용의자가 보수 쪽일 경우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을 부를 수 있다”며 “민주당 내 비명계 지지자라면 당 내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사건의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여야 당 대표나 대선 후보가 괴한 피습에 노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았다가 50대 남성 지충호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이 보도되고, 퇴원 뒤 곧바로 대전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혔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시 이재명 후보를 위해 역시 서울 신촌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한 유튜버에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한 일도 있었다. 송 전 대표는 응급 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쳤지만, 민주당이 대선에 지면서 선거 파급력에는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 대표가 피습으로 치료받게 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들도 연기될 전망이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참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대장동·성남FC, 대선 허위 발언, 위증교사 사건 등 세 개 재판에 출석해왔다.

당장 오는 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첫 공판이 열린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의 출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피고인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만약 재판 진행 일정이 지연되면 오는 4월 총선 이후로 1심 선고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설지연/박시온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