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건설업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18%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후 최대폭으로 급감하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지는 가운데 건설투자 감소가 가뜩이나 싸늘한 체감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산업은행이 종업원 50인 이상인 1만919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총 225조3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217조8000억원·잠정치)보다 3.4% 늘어난 규모다. 산은은 매년 말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하는데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12월 이뤄졌다.

조사 결과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 계획은 130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석유정제, 기계장비 업황 회복에 힘입어 작년(123조원) 대비 5.7%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23.1% 급감한 반도체 설비투자는 올해 12.8%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 기준으론 지난해 44조8096억원에서 올해 50조5601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2년 투자액(58조2851억원)보다는 여전히 적어 반도체 업황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7.8% 감소한 석유정제 설비투자는 올해 32.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황에 힘입어 24.1% 급증한 자동차 설비투자는 올해 작년보다 8.0%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비제조업 설비투자는 95조2000억원으로 작년(94조8000억원)보다 0.5%가량 늘어난다. 숙박·음식점업(7.6%), 전기·가스(7.5%), 통신업(3.7%)에서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올해 건설업 설비투자는 18.2% 급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의 설비투자계획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작년 9조8920억원에서 올해 8조901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가 올해 체감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난 건설사는 19곳이다. 특히 지난달에만 8개 건설사가 쓰러졌다.

산은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33.6%는 ‘불확실한 경기 전망 때문에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엔 이 비중이 24.3%였는데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정책금융 확대(50.9%·중복답변 포함)를 꼽았다. 이어 투자세액 공제(27.3%), 투자 규제 완화(24.0%) 순이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