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장의 유화로 만든 시골 모습…정성스러움은 높이 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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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세의 사계
실제 영상을 유화로 그려서 이어
'러빙 빈센트' 이후 6년 만에 신작
女 주인공 갑작스런 캐릭터 변신
유명 그림 감상기회 적어 아쉬워
실제 영상을 유화로 그려서 이어
'러빙 빈센트' 이후 6년 만에 신작
女 주인공 갑작스런 캐릭터 변신
유명 그림 감상기회 적어 아쉬워
폴란드 부부 감독인 도로타 코비엘라(DK) 웰치먼과 휴 웰치먼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2017년 작품 ‘러빙 빈센트’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기법과 높은 완성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들은 노동집약적인 로토스코프 방식을 사용했다. 배우들과 실제로 영상을 찍은 뒤 이를 바탕으로 107명의 아티스트가 6만2450여 점의 유화 프레임을 그려냈다.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 40여 개를 받는 성과를 올렸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립세의 사계’(사진)는 두 감독이 ‘러빙 빈센트’ 이후 약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에도 유화 애니메이션인데 주제는 딴판이다. 고흐 같은 유명 화가를 다루지 않았다.
영화의 원작은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가 쓴 1000쪽 분량의 4부작 대하소설 ‘농부들(Chlopi, the Peasants)’이다. 폴란드의 작은 농촌 마을 립세에서 1년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계절로 나눠 러닝타임 115분 분량의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 속 립세의 농민 대부분은 소작농이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주인공은 억압적인 가부장제와 봉건주의 관습이 지배하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소작농 소녀 야그나다. 어머니의 강요로 갓 홀아비가 된 마을 최고의 부농 보리나와 팔려 가다시피 결혼하고, 몸과 마음을 준 보리나의 아들 안텍에게도 결국 배신당하는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야그나를 일종의 페미니스트처럼 당당한 희생자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앞으로는 다른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여성으로 그린 마지막 장면이 뭉클하다. 하지만 극 초반 “인생엔 (결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자유를 꿈꾸는 등 진취적인 모습으로 잠깐 나오다가 극 내내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만 보인 야그나를 떠올리면 마치 전사처럼 변신하는 결말에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플롯만 보면 사실주의 경향의 근대 소설을 극화한, 철 지난 옛날 문예영화를 보는 듯하다. 대중적으로 알아볼 만한 명작도 밀레의 ‘이삭줍기’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뿐이다. 그나마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러빙 빈센트’에서 살아 움직이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플롯과 캐릭터에 딱 달라붙는 환상적인 그림 배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오는 10일 개봉하는 ‘립세의 사계’(사진)는 두 감독이 ‘러빙 빈센트’ 이후 약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에도 유화 애니메이션인데 주제는 딴판이다. 고흐 같은 유명 화가를 다루지 않았다.
영화의 원작은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가 쓴 1000쪽 분량의 4부작 대하소설 ‘농부들(Chlopi, the Peasants)’이다. 폴란드의 작은 농촌 마을 립세에서 1년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계절로 나눠 러닝타임 115분 분량의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 속 립세의 농민 대부분은 소작농이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주인공은 억압적인 가부장제와 봉건주의 관습이 지배하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소작농 소녀 야그나다. 어머니의 강요로 갓 홀아비가 된 마을 최고의 부농 보리나와 팔려 가다시피 결혼하고, 몸과 마음을 준 보리나의 아들 안텍에게도 결국 배신당하는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야그나를 일종의 페미니스트처럼 당당한 희생자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앞으로는 다른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여성으로 그린 마지막 장면이 뭉클하다. 하지만 극 초반 “인생엔 (결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자유를 꿈꾸는 등 진취적인 모습으로 잠깐 나오다가 극 내내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만 보인 야그나를 떠올리면 마치 전사처럼 변신하는 결말에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플롯만 보면 사실주의 경향의 근대 소설을 극화한, 철 지난 옛날 문예영화를 보는 듯하다. 대중적으로 알아볼 만한 명작도 밀레의 ‘이삭줍기’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뿐이다. 그나마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러빙 빈센트’에서 살아 움직이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플롯과 캐릭터에 딱 달라붙는 환상적인 그림 배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