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사 10곳 중 7곳이 올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오랜 경기 침체로 투자 스케줄을 미룬 덕에 쌓여 있는 대기 자금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고금리 기조가 완화할 것이란 기대도 투자 계획을 공격적으로 세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 대표·파트너 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6.4%가 올해 투자 집행 규모를 전년 대비 2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20% 미만 증가할 것이란 응답은 30.3%였다.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한 곳은 극초기 기업 투자사 세 곳뿐이었다.

VC 시장 전망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투자 한파가 올해 끝날 것으로 본 응답자가 10명 중 9명에 달했다. 응답자의 42.4%는 올해 상반기까지, 응답자의 48.5%는 하반기를 벤처투자 혹한기의 마지막 시점으로 전망했다. 변수는 금리다. 벤처투자사들은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VC들은 올해 비상장기업 가치의 ‘역대급 할인’을 예상하고 있다. 혹한기를 버텨온 스타트업들이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자금 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지난해는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고 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으로 투자 시동을 걸 때”라고 말했다.

신주가 아닌 구주에 투자하는 ‘세컨더리 시장’이 새로운 회수 창구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크다. 윤 회장은 “올해는 세컨더리 투자의 적기”라며 “경기가 좋든 아니든 낮은 밸류에이션에 투자할 수 있다면 세컨더리 투자자에겐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란/김종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