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집중분석] 커버드콜 ETF, ELS 대체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변동성이 인컴의 원천으로
2024년은 커버드콜 알파 전략
변동성이 인컴의 원천으로
2024년은 커버드콜 알파 전략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불거진 부동산 PF 이슈와 1월부터 도래하는 홍콩H지수 기반의 ELS 만기 손실 우려로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PF 문제는 정책 대응을 지켜봐야 하는 이슈이며 매크로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ELS는 이미 정해진 손실 가능성이 현실화 과정만 남겨둔 특정 투자상품의 이슈다. 대응 방안 마련으로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 판매된 대부분의 ELS 상품은 낙인 배리어(Knock in barrier) 구조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특정 수준 미만으로 하락하면 만기에 상환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해야 약속된 수익률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다. 2019년 문제 되었던 DLS 사태도 유럽의 금리가 마이너스가 아니면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마이너스가 되면 큰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었다. Knock-in barrier 또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특정 임계수준에서 고객 수익률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2023년 12월 말 ELS 발행 잔액은 35.7조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 수준의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만기가 도래한다. 앞으로 ELS 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 중 하나는 ‘어떤 상품이 이를 대체할 것인가’인데 커버드콜ETF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인컴 수익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특정 임계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초자산의 변화에 따라 상품의 기대수익률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10개의 ETF가 상장되어 있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팬데믹을 지나며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렸다. 미국의 경우는 옵션시장의 성장이 이를 설명한다. S&P500을 추종하는 ETF를 기초로 발행된 옵션을 보면 2022년부터 2023년의 일평균 거래량이 팬데믹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참여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옵션정보 사이트 Option Alpha에 따르면 단순한 콜 또는 풋옵션의 매수, 매도보다는 고도의 합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성장한 미국의 옵션시장은 국내 투자자에게는 또 하나의 인컴을 생성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은 현물을 매수하고 해당 자산을 기초로 한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기초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수익은 포기하는 대신 매월 콜옵션 매도를 통한 프리미엄을 인컴으로 수취한다. 주식의 배당, 채권의 이자에서 인컴의 원천이 확장되는 과정인 것이다. 옵션의 가격인 프리미엄은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연계된다. 지난달 발행된 KB증권의 보고서 ‘변동성도 돈이 되나요?’는 커버드콜의 특성을 잘 나타낸 제목이다.
파이낸셜 타임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도 커버드콜 형태의 ETF로 약 $26 billion의 자금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해당 상품군의 잔액이 3년 전 $3 billion에서 $59 billion으로 급증한 것이다. 또 지난해 분배율 상위 10개 ETF 중 8개가 옵션 인컴 전략 상품이었고, 자금 유입 상위 20개 ETF 중 액티브 ETF는 커버드콜 전략이 유일했다.
주식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ETF가 주류였던 국내도 신한자산운용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과 KB자산운용의 ‘KBSTAR미30년국채커버드콜’ETF가 지난달 상장하면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상품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주가지수가 아닌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과 위클리(weekly) 만기 옵션을 활용한 커버드콜 등 다양한 형태의 ETF 상품이 등장할 것이다. 이미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상장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LS를 비롯한 채권, 배당주 펀드 등 전통적인 인컴형 상품의 대체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3년은 특정 테마가 지배한 주식시장이었다. 한국은 2차전지, 미국은 매그니피센트7이라 불리는 빅테크 7종목이 시장을 주도했다. 상품 관점에서는 특정 테마형 패시브 ETF로 자금 유입이 쏠렸다. 2024년은 어떨까? 특정 지수(베타)에서 인컴(알파)으로 전략 전환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미국 옵션시장의 성장을 활용한 커버드콜ETF 상품의 역할 확대는 주목해 볼 만할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