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아끼려 보일러 안틀고 온수매트·전기매트 겹쳐 사용하다 불난 듯
거동 불편해 방에서만 생활하던 노부부…화재 못 피하고 숨져
"몸이 불편한데 불이 나도 피할 수가 있었겠나요? 작은 시골 마을인데 추운 새벽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마음이 안 좋네요.

"
3일 오전 고산지대인 전북 남원시 산동면에 위치한 한 마을회관에서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며 화재 상황을 확인하던 소방대원들 뒤에 서 있던 한 주민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이날 새벽 5시 50분께 이 마을의 한 조립식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A(83)씨와 그의 아내(69)가 숨졌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40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았다고 한다.

여느 시골 사람들처럼 농사를 짓고 산에서 나물을 뜯으며 살다가 몇 년 전부터 A씨가 다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바깥출입을 삼갔다.

아내 역시 나이가 들며 지적 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주민들과 가끔 다투기도 한 탓에 주변과 교류가 끊겼다.

대신 남원에 사는 아들과 딸이 자주 부모님 집에 들러 부부가 먹을 음식과 처방받은 약 등을 가져다줬다.

이 마을 주민인 B씨(80대)는 "그 부부가 오랫동안 문을 꽉 잠그고 집 밖을 나오질 않아서 함께 이야기해본 주민들이 거의 없다"며 "자녀들이 매일 같이 오가는 걸 보고는 '잘 있구나', '좋은 자녀들을 뒀구나'하고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거동 불편해 방에서만 생활하던 노부부…화재 못 피하고 숨져
당시 화재 신고는 마을 주민이 했다.

새벽에 부탄가스가 '펑'하고 터지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듣고는 119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길은 이미 집안 전체로 번진 상태였고, 화재를 진압하다가 안방에서 불에 타 숨진 부부를 발견했다.

부부는 연기가 순식간에 집 안으로 퍼지면서 미처 몸을 피할 새도 없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안방에서는 온수매트와 전기매트, 휴대용 가스버너 등이 발견됐다.

온수매트와 전기매트는 겹쳐 사용한 듯 포개져 있었으며 보일러는 켜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노인 일자리 등도 구하지 못해 기초연금과 장애 수당 등으로 지내왔는데, 동선을 줄이고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안방에서만 생활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주민 C씨(70대)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면 주방까지 갈 힘도 없어서 안방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놓고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도 안 켠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아침부터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당국은 "온수매트와 전기매트를 겹쳐 사용하면 열이 축적돼 불이 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난방용 전열 기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위해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