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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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공모펀드도 주식처럼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을 통해 손쉽게 매수가 가능한 상장 공모펀드가 등장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초지수 요건이 사라지면서 운용이 자유로운 액티브 ETF들도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펀드도 MTS에서 거래

3일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전날 대통령이 "계층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며 강조한 금융투자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 홍콩 등과 같이 공모펀드를 ETF처럼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MTS나 HTS에서 이름을 검색하고 호가에 맞춰 매수·매도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공모펀드는 가입과 환매(매도)의 절차·기간이 복잡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5월 펀드투자를 중단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거래편의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정부는 거래 편의성을 개선해 전문가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공모펀드의 역할을 장려하겠다는 의도다.

판매사를 거치는 중간유통단계가 없어지는 만큼 판매보수도 ETF 수준으로 대폭 절감될 예정이다. 현재 주식형 공모펀드의 평균 판매보수는 0.59%, 주식형 ETF의 평균 판매보수는 0.02%다. ETF처럼 투자 포트폴리오도 매일 투명하게 공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지식이 부족하거나 투자정보를 발굴할 시간이 없는 투자자들에게는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공모펀드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티브 ETF와 관련한 기초지수 요건도 사라진다. 현재는 다수의 투자 종목으로 이뤄진 인덱스(지수)를 ETF 출시전 미리 만들어 놓고 이를 추종해야한다. 앞으로는 ETF매니저가 자유롭게 종목을 매수·매도 할 수 있는 액티브 ETF도 출시될 수 있다. 상장 공모펀드와 기초지수 요건 없는 액티브 ETF는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상 같은 상품인 만큼, 한쪽만 막아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ETF의 테마와 종목 등을 매번 공부하고 분석하는 대신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상품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위는 올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의 규제를 일정기간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공모펀드 상장과 ETF 기초지수 요건 삭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도에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법제화에 나선다.

◆독창성 있는 ETF 보호제도 도입

금융위는 펀드와 ETF 상품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다른 제도도 함께 추진한다. 공모펀드의 판매보수를 투자자로부터 직접 수취하게 할 예정이다. 그동안 운용사들은 공모펀드 판매보수를 투자 자산에서 알아서 차감해갔다. 투자자가 비용 인식을 하지 못한다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펀드성과와 연동된 판매보수를 받게 하는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성과가 좋으면 판매보수를 높게 받고, 나쁘면 거의 받지 않는 식이다.

또 펀드 판매 시장에 신규 핀테크 업체 들을 대거 진입시켜 경쟁을 촉진하다는 계획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공모펀드를 비교·추천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ETF와 관련해서는 독창성 있는 ETF나 ETN(상장지수증권)이 상장되는 경우 6개월간 유사한 상품 출시를 막는 '신상품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재간접리츠 등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면서 대체투자 ETF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익률 개선될까

다만 공모펀드 직상장과 자유로운 액티브 ETF의 허용이 실제 투자자 수익률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대폭 확대되고, 투자 비용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다.

다만 장기 수익률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전문가들의 액티브 운용이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많기 때문이다. 또 펀드 거래가 쉬워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펀드 단타가 성행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펀드나 액티브 ETF의 경우 운용사나 투자자 모두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펀드에 뒤늦게 올라타 고점에 물리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지면 이를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