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공모주 투자 수익률 높이는 법…'유통물량' '구주매출'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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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으론 알짜 새내기株 파악 어려워

기간별 초기 투자자 유통물량 비중 알아둬야
구주매출 시선 차갑지만…주체·비중에 따라 효과 달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모주 투자자 대다수가 공모가를 결정짓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반으로 흥행 여부를 판단하고 청약 참여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수요예측 경쟁률만으로는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예측 외 몇 가지 요소를 꼼꼼히 확인하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83개(스팩·리츠·재상장 제외)이다. 2022년 신규 상장사 70개인 것을 감안했을 때 20% 가까이 늘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연평균 신규 상장사 76개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빙하기를 보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해 활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뷰티테크 기업인 에이피알을 비롯해 HD현대마린솔루션, 플랜텍, 포스뱅크, 스튜디오삼익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IPO는 평생 단 한 번뿐인 이벤트다.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회로 여긴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주당 평가액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단 장점이 있다.

FI 보호예수 6개월 이상 새내기株 노려라

시장에선 수요예측 외에도 유통물량과 구주매출 비중 등을 챙기라는 조언이 나온다. 유통물량은 IPO에 나서는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유통되는 물량이 많을수록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커져 주가 상승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참여자들이 적은 유통물량을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로 평가하는 이유다.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에이피알의 상장 당일 유통 주식 물량은 36.85%이다. 시장에선 상장 당일 출회 가능한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0~25% 수준을 적다고 본다. 상장 당일 유통 물량이 적을수록 주가가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포스 단말기 업체인 포스뱅크의 상장 당일 유통 물량은 발행 주식 총수의 29.75%로 추산되지만, 한 달 뒤 50% 이상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포스뱅크에 투자해왔던 FI들 대부분이 1~3개월 내로 보호예수를 설정하면서 엑시트 조짐도 보인다.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인데도 IPO 외에는 뚜렷한 엑시트 방법이 없다. 그렇다 보니 새내기주들은 상장 직후 FI들로 인한 오버행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때 보호예수 기간부터 물량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FI들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의 자발적 보호예수를 통해 공모 흥행에 힘을 실어준다. 보호예수 기간이 길면 길수록 향후 성장성이 높거나 현 공모가가 저평가돼 있단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보통 6개월 이상부터 보호예수 기간을 길게 설정했다고 본다. 상장사 입장에선 보호예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품절주'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난다.

구주매출 구조 무조건 나쁘다?…DS단석 사례 살펴보니

IPO에서 구주매출 비중도 중요한 투자 지표가 된다. 구주매출은 대주주나 일반 주주 등의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구주매출은 공모자금이 회사 성장이 아닌 기존 주주에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공모 흥행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모주 시장의 투자자 대다수도 구주매출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IPO는 '최대주주나 초기 투자자만 이익을 챙긴다'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IPO를 추진할 때 구주매출 비중은 한국거래소와 사전 논의하는 안건이다. 비중이 너무 높으면 자칫 개인투자자가 대주주나 초기 투자자의 엑시트만 도와준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주매출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FI 입장에서 오버행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로 여기기도 한다.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미리 처분한 만큼 상장 후 대규모 물량 출회의 여력이 줄어든다. 오히려 IPO 뒤 주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을 차단할 수 있단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인 DS단석은 높은 구주매출 비중으로 인해 우려의 시선이 컸다. 총 122만주를 모집하는데, 그중 구주매출 비중이 34.43%(42만주)에 달했기 때문이다. 구주매출은 DS단석 초기 투자자인 스톤브릿지에코 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에서 나왔다. 보유 중인 DS단석 주식 151만주 중 공모를 통해 42만주를 처분하고 나머지 지분은 최소 3개월 이상 의무 보유하기로 했다.

DS단석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인 지난달 22일 공모가(10만원) 대비 300% 오른 40만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6월26일 신규 상장 종목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의 네 배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한 이후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이달 상장한 케이엔에스와 LS머트리얼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현재는 주당 29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신주발행 부담이 새내기주엔 구주매출이 필수적이며, 이 경우 신주발행을 줄여 상장 직후 유통물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수급상 부담이 줄게 된다"면서 "IPO 시장에선 여전히 구주매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나, 구주매출 주체나 비중을 잘 살피는 것도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