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올팍'을 아시나요?…"패션계의 애플 만들 것" 대변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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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표 변신한 지올팍
지난해 '크리스찬'으로 SNS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가수 지올 팍을 아시나요? 그가 최근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했습니다.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패션 브랜드 '신드롬즈'를 이달 공식 론칭할 계획인데요. 단순 셀럽들이 만든 브랜드와는 차별화 요소를 뒀다고 합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지난 3일 VIP만 초청한 신드롬즈의 론칭 기념 팝업 이벤트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7일까지 대중을 대상으로 한 팝업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지난 3일 저녁,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갤러리는 핑크빛 조명으로 가득찼다. 곳곳엔 더미 로봇이 눈에 띄었다. 한 가운데엔 핑크색 랩핑이 씌워진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운전석엔 역시 로봇이 탑승 중이었다. 패션 브랜드 '신드롬즈'의 오픈 기념 VIP 팝업스토어 현장이다.
신드롬즈는 가수 지올 팍(본명 박지원)이 2022년 창업했다. 지올 팍은 '크리스찬' 등의 노래로 SNS 상에서 인기를 끌며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내세운 신드롬즈는 SF 기반 컬트 브랜드를 표방한다. 지난해 퓨처플레이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지난해 11월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 2023'엔 스타트업 대표 박지원의 신분으로 무대에 올라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날 팝업스토어 행사는 박 대표의 본격적인 스타트업 활동을 알리는 자리였다.
신드롬즈의 메인 캐릭터인 더미 로봇도 박 대표의 아이디어다. 자동차 충돌 실험 등 인간을 위한 용도로 쓰이고 버려지는 더미 로봇의 일생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 로봇들은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맞춤형 의수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만드로는 로봇의 외형, AI 음성 합성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휴멜로는 로봇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또 핑크색 랩핑이 씌워진 승용차는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가 만들었다.
이상호 만드로 대표는 “이번 행사가 절단장애인용 의수를 만드는 회사에서 좀 더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로 전진할 계기가 됐다”고 했다. 또 성윤제 휴멜로 대표는 “기술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물음과 위로가 아닌, 경계의 대상으로 오해받고 있는 요즘 시기에 기술의 변호인으로 나서준 신드롬즈의 이번 첫 걸음에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행사장 곳곳에서 신드롬즈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무대 뒤 벽에 매달려 있는 더미 로봇은 인간의 고통을 대신 느끼는 희생을 표현한 전시다. 꾸며놓은 자동차 조수석에 타 운전석에 있는 더미 로봇에게 말을 걸면, 이런 요소들을 로봇이 설명해준다. 더미 로봇들은 향후 아트 토이 형태로 판매될 예정이다.
그밖에 이날 행사엔 과학 유튜버 '궤도'가 무대에 올라 AI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다양한 AI 및 로보틱스 기업과 협업해 인류의 기술 발전 과정을 브랜드에 담아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없던 성공한 '컬트 브랜드' 목표"
"패션계의 애플이 될 겁니다."이날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박 대표(사진)는 신드롬즈의 비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통상 패션 브랜드 창업가들은 확실한 '디자인' 위주로 갈지, 아니면 '로고'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로고 플레이를 할지 두 가지 갈림길에 서는데, 애플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회사"라며 "하이엔드 같은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꼭 사야 할 '필수템'처럼 자리매김했듯이, 그런 패션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끊임없이 강조한 건 신드롬즈의 '컬처 코드'다. 그는 컬처 코드를 '인공지능(AI)'으로 정의했다. AI를 시대정신으로 삼고 패션에 콘셉트로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AI라는 키워드는 지금은 대중들에 널리 알려졌지만, 점점 '인간 대체' '지구 정복'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고 있다"며 "내가 생각하는 AI의 이미지는 '이로운 존재'인 만큼 이런 정신을 브랜드에 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컬처 코드를 성공적으로 내재화한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중 하나가 슈프림이나 스투시다. 두 브랜드 모두 '스케이트보드'를 컬처 코드로 삼았다. 패션업계가 추구하는 '멋'이라는 모호한 키워드를 스케이트보드로 구체화했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그는 "패션 브랜드지만 스케이트보드 대회를 연다든지, 스케이트보드 선수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끊임없이 컬처 코드에 관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풀어낼 수 있다"면서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되지 않았던 스케이트보드를 '힙'한 이미지로 만들어낸 것처럼 신드롬즈도 강력한 컬처 코드를 기반으로 대중에 스며들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 더 강조한 건 SF다. 박 대표는 "SF라고 생각하던 걸 현실로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며 "SF 하면 떠오르는 로봇 같은 AI 탑재 아트토이를 추후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린인터넷고 출신인 박 대표는 개발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학교 분위기는 창업을 장려하는 추세였다. 처음엔 음악 플랫폼을 창업하려 했다. 실리콘밸리 투자를 받겠다는 당찬 꿈을 갖고 스무 살이던 2013년 미국으로 날아갔다. 물론 실패였다.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음악을 만났다. 그는 "당장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가 패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국내에선 마땅히 잘 된 컬트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신드롬즈는 퓨처플레이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박 대표는 투자 유치의 비결이 단순 자신의 지식재산권(IP) 덕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곡 '크리스찬'으로 본격적인 유명세를 얻기 전에 이미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됐다. 그는 "콘텐츠 회사가 항상 고민하는 건 '소재 고갈'인데, AI라는 컬처 코드는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해 소재가 끊길 걱정이 없다"면서 "또 3D 디자이너 인력도 두고 있고, 음악과 옷 모두 자체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