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항공사고 골든타임 9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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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 통계를 보면 대부분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 이내에 발생한다. 항공업계에선 이 시간대를 ‘마의 11분’이라고 부른다. 사고가 일어나면 ‘90초 룰’이 작동한다. 항공기 충돌 사고 직후에는 화재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90초 안에 탈출시켜야 하는 항공사고의 골든타임이다.
90초의 의미는 이 시간이 지나면 연소 범위가 확대돼 기체 안이 일순간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90초 룰은 항공기 형식증명(기술 인증)과 승무원 비상 탈출 훈련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44인승 이상 비행기는 비상구의 50%만을 사용해 90초 이내에 전 좌석의 승객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을 때만 형식증명을 받을 수 있다. 사고 과정에서 문이 망가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구 절반만을 사용하도록 가정한 것이다.
2006년 3월 에어버스의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의 안전 테스트는 최대 탑승객 853명과 승무원 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에어버스사 격납고에서 열렸다. 16개 비상 탈출구 중 8개만을 사용해 승객과 승무원이 대피했는데, 8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정기적으로 90초 룰에 입각해 승객 대피 안내와 탈출 슈터(미끄럼틀) 작동 등 안전 훈련을 받는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항공기 충돌사고와 화재에도 일본항공(JAL) 여객기 탑승객 379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한 것을 계기로 90초 룰이 재조명 받고 있다. 물론 전 승객이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다. 그러나 평소 90초에 맞춘 대비가 있었기에 비행기 외부에서는 화염이 치솟고 기내는 연기로 자욱한 극한 상황에서도 이른 시간에 전원 구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승객들이 기내 반입 수하물을 챙기지 않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2013년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때 일부 승객이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내린 것과 대비된다. 항공사고 때는 승무원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르면서 자신과 동료 승객의 생존만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90초의 의미는 이 시간이 지나면 연소 범위가 확대돼 기체 안이 일순간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90초 룰은 항공기 형식증명(기술 인증)과 승무원 비상 탈출 훈련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44인승 이상 비행기는 비상구의 50%만을 사용해 90초 이내에 전 좌석의 승객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을 때만 형식증명을 받을 수 있다. 사고 과정에서 문이 망가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구 절반만을 사용하도록 가정한 것이다.
2006년 3월 에어버스의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의 안전 테스트는 최대 탑승객 853명과 승무원 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에어버스사 격납고에서 열렸다. 16개 비상 탈출구 중 8개만을 사용해 승객과 승무원이 대피했는데, 8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정기적으로 90초 룰에 입각해 승객 대피 안내와 탈출 슈터(미끄럼틀) 작동 등 안전 훈련을 받는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항공기 충돌사고와 화재에도 일본항공(JAL) 여객기 탑승객 379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한 것을 계기로 90초 룰이 재조명 받고 있다. 물론 전 승객이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다. 그러나 평소 90초에 맞춘 대비가 있었기에 비행기 외부에서는 화염이 치솟고 기내는 연기로 자욱한 극한 상황에서도 이른 시간에 전원 구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승객들이 기내 반입 수하물을 챙기지 않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2013년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때 일부 승객이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내린 것과 대비된다. 항공사고 때는 승무원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르면서 자신과 동료 승객의 생존만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