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위기 커지자…3% 급등한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이란 폭탄 테러에 강경 대응 시사
후티 반군은 홍해서 다시 공격 감행
공급난 우려에 유가 상승세 가팔라져
사진=AP
사진=AP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3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선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유전이 폐쇄되며 유가 상승세를 더 가파르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2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32달러(3.30%) 오른 배럴당 72.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월물)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2.5(3.29%) 상승한 배럴당 78.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던 국제 유가가 반등했다. WTI의 경우 하루 상승률 기준으로 작년 11월 17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확전 위기 커지자…3% 급등한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며 73명이 사망하고 171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사악한 적들이 또다시 재앙을 만들었다"라며 "신의 뜻에 따라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초 예멘의 후티 반군이 상선 30여척을 공격할 때도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후티 반군의 위협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미 해군이 홍해 치안을 확보한다고 발표하며 위기가 진정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이란이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산유국인 이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 홍해 해운로가 다시 차단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후티 반군은 또다시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의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경고했다. 홍해 내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서 세계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의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무역 차질뿐 아니라 공급 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미국, 영국, 독일 등 12개국은 성명을 통해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이를 지속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홍해를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면 서방으로 가는 주요 원유 운송로에 추가적인 제약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곧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코메르츠방크의 바바라 람프레히트 애널리스트는 "홍해 상황이 공급 차질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일부 선사들이 영향을 받는 해협을 피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희망봉 등 더 먼 거리로 이동하면서 배송 시간을 10~12일가량 늘릴 뿐만 아니라, 운송비와 보험료를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프리카 2대 산유국 중 하나인 리비아가 유전을 폐쇄하며 유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리비아 최대 유전인 엘 사라라 유전에 시위대가 진입한 탓이다. 이 유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0만배럴에 달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