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2개 크기의 전시장 ... 신년, '초대형 미디어아트전'이 광주에 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서 한번에 즐기는
미디어아트와 현대미술 전시 세 개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이음 지음'
'가이아의 도시'
미디어아트와 현대미술 전시 세 개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이음 지음'
'가이아의 도시'
광주광역시 동구 1호선 문화전당역, 광주의 ‘원도심’으로 불리며 광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엔 조금 특별한 전시장이 있다. 신호등과 차도, 인도가 있는 일반 도로에서 마치 지하세계로 진입하듯 아래로 내려와야 만날 수 있는 곳. 어디가 시작이며 끝인지도 모를 만큼 광활한 공간,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은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을 만큼 그 규모는 압도적이다. 부지 크기만 축구장 22개 규모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의 1.2배에 달하는 이 땅은 6개의 전시관, 계절수로 꾸민 정원, 대형 영상관, 공연장, 교육장으로 채워져있다. 매년 상설전시, 기획전을 비롯해 연극, 클래식 공연, 발레까지 무려 600여개가 넘는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이곳 광주 문화의 심장,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신년을 특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전시 세 개가 종합선물세트처럼 한꺼번에 관객을 찾아왔다. 전당 전시장 1관부터 4관을 모두 털어 전시를 마련했다. 각 전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대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 작품들이 채워졌다.
1관에서 열리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전시 제목 그대로 ‘해상 실크로드’가 전시의 모티브가 됐다. 아시아 3대 해상왕국으로 불렸던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 세 개의 도시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이 세 도시에서 당시 ‘황금과도 바꾸지 않는 재료’로 불렸던 후추가 교역됐다는 점에서 전시 영감을 얻었다.
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선박처럼 꾸며진 전시장 양 옆에는 가로 48m, 높이 9.8m에 달하는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해 파도치는 망망대해를 영상으로 꾸며냈다. 관객이 전시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선박 데크에서 끝없는 바다를 질주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전당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대형 미디어 전시는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히 작품을 서서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한 부분이 된 것처럼 느끼게끔 몰입시킨다. 특히 취안저우의 등대를 모티브로 만든 설치작품은 관객이 당시 수출했던 비단, 향료 등의 교역품들을 등대 안에 집어넣으면 등대를 감싸는 불빛이 각각 다른 형태와 소리를 내며 관객을 휘감는다.
바로 옆 2관에서 이뤄지는 전시 ‘이음 지음’은 관을 수십 개의 방 형태로 나눠 국내외 작가들을 선정해 분양 해줬다.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서면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중정에 도자기 그릇 180개가 둥둥 떠다니는 작품 ‘클리나멘’이 관객을 맞이한다. 밑에 물 펌프를 넣어 물이 여러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그 흐름을 따라 도자기들은 서로 부딪히고 피해간다.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과 작은 파동이 만들어 낸 자잘한 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작품이다. 도시 속에서 서로 부딪히며 파동을 만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도자기로 형상화했다.
나가는 길에 마주하게 되는 자전거 바퀴로만 만든 높이 5.6m의 작품 ‘무한차륜’은 이 전시의 백미다. 자전거 안장은 하나인데, 그 뒤에 달린 바퀴는 무려 56개다. 관객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안장에 올라가 발을 굴리면, 바퀴가 하나 둘 서로 맞닿아 굴러가며 작은 힘으로도 56개의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게 되는 체험형 작품이다. 쓰다 버린 자전거 속 각기 다른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다시 굴려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마지막 3관과 4관에서 펼쳐지는 ‘가이아의 도시’전은 지구와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에 열리는 세 전시 중 유일하게 미디어아트 체험형 작품을 배제한 전시다. 식물은 수동적인 존재라는 기존의 상식을 깬 전시 작품들이 걸렸다.
나무, 꽃으로 대변되는 식물과 자연을 ‘능동적 주체’로 표현했다. 특히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식물이 직접 비눗방울을 불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작품 ‘이중협력 시퀀스’는 '식물도 각자 신호를 갖고 있으며, 움직이는 존재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은 단순 지역 문화를 넘어 관광과 경제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미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는 해마다 늘고 있는 관람객의 숫자로 증명됐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제 광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 타지역과 해외에서까지도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전당을 찾는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220만명의 관객이 전당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80만명의 관객이 방문한 2022년 보다 22% 늘어난 숫자다.
신년에 맞춰 열린 세 개의 기획전은 전시 기간도 길다. 지역까지 관람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다. 미디어아트로 꾸며진 1관과 2관은 6월까지, 3관과 4관은 오는 3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을 만큼 그 규모는 압도적이다. 부지 크기만 축구장 22개 규모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의 1.2배에 달하는 이 땅은 6개의 전시관, 계절수로 꾸민 정원, 대형 영상관, 공연장, 교육장으로 채워져있다. 매년 상설전시, 기획전을 비롯해 연극, 클래식 공연, 발레까지 무려 600여개가 넘는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이곳 광주 문화의 심장,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신년을 특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전시 세 개가 종합선물세트처럼 한꺼번에 관객을 찾아왔다. 전당 전시장 1관부터 4관을 모두 털어 전시를 마련했다. 각 전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대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 작품들이 채워졌다.
1관에서 열리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전시 제목 그대로 ‘해상 실크로드’가 전시의 모티브가 됐다. 아시아 3대 해상왕국으로 불렸던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 세 개의 도시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이 세 도시에서 당시 ‘황금과도 바꾸지 않는 재료’로 불렸던 후추가 교역됐다는 점에서 전시 영감을 얻었다.
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선박처럼 꾸며진 전시장 양 옆에는 가로 48m, 높이 9.8m에 달하는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해 파도치는 망망대해를 영상으로 꾸며냈다. 관객이 전시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선박 데크에서 끝없는 바다를 질주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전당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대형 미디어 전시는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히 작품을 서서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한 부분이 된 것처럼 느끼게끔 몰입시킨다. 특히 취안저우의 등대를 모티브로 만든 설치작품은 관객이 당시 수출했던 비단, 향료 등의 교역품들을 등대 안에 집어넣으면 등대를 감싸는 불빛이 각각 다른 형태와 소리를 내며 관객을 휘감는다.
바로 옆 2관에서 이뤄지는 전시 ‘이음 지음’은 관을 수십 개의 방 형태로 나눠 국내외 작가들을 선정해 분양 해줬다.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서면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중정에 도자기 그릇 180개가 둥둥 떠다니는 작품 ‘클리나멘’이 관객을 맞이한다. 밑에 물 펌프를 넣어 물이 여러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그 흐름을 따라 도자기들은 서로 부딪히고 피해간다.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과 작은 파동이 만들어 낸 자잘한 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작품이다. 도시 속에서 서로 부딪히며 파동을 만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도자기로 형상화했다.
나가는 길에 마주하게 되는 자전거 바퀴로만 만든 높이 5.6m의 작품 ‘무한차륜’은 이 전시의 백미다. 자전거 안장은 하나인데, 그 뒤에 달린 바퀴는 무려 56개다. 관객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안장에 올라가 발을 굴리면, 바퀴가 하나 둘 서로 맞닿아 굴러가며 작은 힘으로도 56개의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게 되는 체험형 작품이다. 쓰다 버린 자전거 속 각기 다른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다시 굴려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마지막 3관과 4관에서 펼쳐지는 ‘가이아의 도시’전은 지구와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에 열리는 세 전시 중 유일하게 미디어아트 체험형 작품을 배제한 전시다. 식물은 수동적인 존재라는 기존의 상식을 깬 전시 작품들이 걸렸다.
나무, 꽃으로 대변되는 식물과 자연을 ‘능동적 주체’로 표현했다. 특히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식물이 직접 비눗방울을 불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작품 ‘이중협력 시퀀스’는 '식물도 각자 신호를 갖고 있으며, 움직이는 존재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은 단순 지역 문화를 넘어 관광과 경제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미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는 해마다 늘고 있는 관람객의 숫자로 증명됐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제 광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 타지역과 해외에서까지도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전당을 찾는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220만명의 관객이 전당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80만명의 관객이 방문한 2022년 보다 22% 늘어난 숫자다.
신년에 맞춰 열린 세 개의 기획전은 전시 기간도 길다. 지역까지 관람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다. 미디어아트로 꾸며진 1관과 2관은 6월까지, 3관과 4관은 오는 3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