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법원 판결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재판의 발단이 된 국회 침입 난동 사건은 내란이 아닌 과격 시위에 불과하며, 미국 남북전쟁 후 만들어진 수정헌법의 '내란을 일으킨 자의 공직 취임 제한'조항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미 연방대법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공화당의 항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로라도 등 경선 출마엔 차질이 없지만, 여러 건의 비슷한 소송과 향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관측된다.

변호인단은 상고장에서 "미 역사상 사법부가 유권자들의 대선 후보 투표를 가로막은 첫 번째 사례"라며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 법원 판결을 즉각 번복해 경선 후보 선택권을 유권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적인 미국 정치 시위의 역사를 고려할 때 (2021년) 1월 6일은 반란이 아니었다"며 "법원이 수정헌법을 발동할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국회에 침입하라고 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9일 콜로라도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4조3항을 인용해 오는 3월 열리는 콜로라도주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제외하라고 판결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자신의 지지자들이 국회 의사당 점거 시위를 하도록 선동했고, 이를 반란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정헌법 제14조 3항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이에 가담한 공직자는 더 이상 선출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다만 콜로라도 공화당이 지난달 27일 별도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해 출마 금지 판결 효력은 정지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은 투표용지에 인쇄된다는 게 콜로라도 선거 당국의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전날 메인주 행정부의 출마 금지 결정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9일 셰나 벨로우즈 메인주 국무장관은 콜로라도 법원과 같은 이유로 공화당 경선(프라이머리)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연방대법원 재판의 쟁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국회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내란 혐의가 인정되는지와 수정헌법 제14조3항이 대통령직에도 적용 가능한지 등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상고장에서 "수정헌법 제14조3항의 공직자에는 대통령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이를 근거로 전직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콜로라도 법원 1심 재판부도 수정헌법이 규율하는 공직자에 대통령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소를 작년 11월 기각했었다. 미네소타주와 미시간주 대법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과 관련해 각각 주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거나 '출마 여부는 법원이 아닌 정당과 후보자가 결정한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각하 판결을 내렸다.

시민단체 등 트럼프 출마 자격 박탈을 요구한 원고 측 변호사 에릭 올슨은 이날 "상고 내용을 검토 중이며 내일 중으로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중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은 6명으로 다수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 소송 외에도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 등으로 인한 형사 재판과, 뉴욕에서 자신의 기업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여성 작가 진 캐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90년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한 쌍방 명예훼손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