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탈출은 '육아 동료' 찾기서 시작했죠"
“우리 동네에서 6개월 아이를 둔 엄마 좀 찾아주세요.”

정윤지 다이노즈 공동대표(왼쪽)는 2021년 어느 날 서울 동작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홀로 육아를 감당하면서 죽을 것 같은 고립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육아 친구 찾기’ 사업을 구상했다. 친구인 이가영 다이노즈 공동대표(오른쪽)가 사업 파트너로 합류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12학번인 정 대표와 같은 대학 영어교육과 11학번인 이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창업의 꿈을 키웠다. 같은 수업을 들으며 과제로 창업 아이템을 수없이 고민했고,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더치커피를 판매해 보기도 했다. 졸업 후 이 대표는 KT 광고팀 마케터, 정 대표는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와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기업공개(IPO)팀 팀원으로 활동하며 창업을 위한 역량을 쌓았다.

2022년 11월 다이노즈가 출시한 육아크루 플랫폼은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를 벤치마킹했다. 실시간으로 근처의 이용자 정보가 뜨고, 매칭 요청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처음엔 카카오톡에서 일대일 만남을 연결했다. 아이 월령, 성별, 주소 등 개인정보를 받아 엑셀 파일을 돌리고 네이버 지도에서 좌표를 찍어가며 만남을 주선하는 식이었다.

이용자 200명을 일일이 인터뷰하면서 아이 성별과 월령이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 덕분에 월간 재이용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이용자 만족도가 높았다. 앱 출시 전 이용자 4000명을 모았다.

돈을 안 쓴 대신 몸으로 뛰었다. 처음엔 아파트 단지에서 팸플릿을 돌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역 방을 개설하기 전, 카카오톡에서 육아 정보 오픈 채팅을 열어 육아 정보를 공유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지역별 서포터스를 만들며 10개월간 동작, 영등포, 관악, 구로까지 4개 구로 서비스 지역을 늘렸다. 앱 출시 후엔 서울시 16개 구에서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했다. 앱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이용자의 만족도는 그대로다. 월간 재이용률은 60% 수준을 유지 중이다. 6개월 이상 육아크루를 사용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키즈카페, 학원 등 동네 상권 할인쿠폰을 제공해 엄마들끼리 연결하고 이용자를 계속 유입시키는 ‘너지’(마케팅 수단)로 활용한 덕분이다. 동네 상권 예약할인 기능을 앱에 추가한 이후 월 거래액은 7개월 만에 3000만원을 넘어섰다.

육아크루는 동네 친구 찾는 유틸리티 앱에서 커뮤니티 앱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정 대표는 “다음 단계는 동네 기반 공동구매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동네 일자리, 육아 정보 공유부터 공동구매까지 지역별 맘카페에서 이뤄지는 커뮤니티 기능을 육아크루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