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의 명가 삼성자산운용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일한 핵심 운용역들이 지금은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ETF 파이가 커지자 경쟁사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주고 삼성운용의 핵심 인력들을 스카우트해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ETF 운용 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發 'ETF 삼국지'…올해 지각변동 예고

시장 선도하는 삼성운용 3총사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121조3823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월 2일(78조9164억원)에 비해 53.8% 증가했다. 중견 운용사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됐다. 신한자산운용은 1년 전 0.9%였던 점유율을 2.3%까지 끌어올렸다.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세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1년간 점유율을 3.7%에서 4.9%로 높였다. 대형사 중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눈에 띈다.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37.8%에서 현재 37%로 소폭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1%포인트가량 좁혔다. 기관과 개인 대상 상품 순자산이 15조원 넘게 불어났다.

ETF 시장을 선도하는 이들 운용사 주축은 모두 옛 삼성자산운용 ETF팀 출신이다.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는 과거 삼성운용에서 ETF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한투운용으로 옮겨와선 초장기 미국 채권 상품과 같은 자산배분식 ETF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한운용 ETF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정현 ETF 사업본부장은 삼성운용 시절 배 대표 밑에서 일을 배웠다. 신한운용이 소부장 시리즈, 배당성장 ETF와 같은 ‘업계 히트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래운용의 ETF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남기 부사장도 배 대표가 이끄는 삼성운용 ETF팀에서 핵심 인력으로 일했다. 테마형 ETF 상품을 순발력 있게 출시하면서 미래운용을 삼성자산운용과 나란히 하는 선두 업체로 올려놓는 데 공을 세웠다.

규제 완화, 시장 재편 기회 되나

업계는 ETF 규제 완화가 초래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기초지수와 0.7 이상의 상관계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ETF 운용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규제가 풀리면 종목 매수와 매도가 자유로운 액티브 ETF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투운용, 신한운용과 같은 중견 운용사엔 시장을 확대할 기회가 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브랜드가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나 수익률 실적으로 승부할 수 있어 후발 주자에는 기회”라고 말했다.

올해 신설될 ETF 신상품 보호제도도 업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혁신성이 인정되는 ETF를 출시할 경우 다른 운용사가 곧바로 베끼지 못하도록 6개월간 저작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