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법안이 여야 간 견해차로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또 실패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사립대 부실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해당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4일 소위원회를 열고 ‘사립대학(학교)의 구조개선 지원 관련 법률안’을 결국 심사하지 않았다. 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의 처리하는 관행이 있어 사전에 차이를 최대한 좁혀서 오라고 했는데 (여야가) 그러지 못했다”며 “(논의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여당 간사와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간 민주당 일부 의원은 관련 법 조문 중 ‘해산장려금’을 이유로 법안을 반대해 왔다.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도록 유인하기 위해 사학법인이 남은 재산을 공익법인 등으로 넘길 때 잔여 재산 일부(30%)를 지급하는 조항이다. 민주당은 재원이 되는 사학진흥기금에 정부 출연금이 포함돼 있어 ‘먹튀 예산’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해당 법안에 대한 소위가 작년 5월부터 네 차례나 열렸는데 여전히 합의가 안 돼서다. 소위에 참석한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법안에 대해 국회가 오랫동안 논의해주시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 소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안건을) 올려놓고 아예 심사에서 제외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지방 사립대 부실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입학정원이 만 18세 학령인구를 앞섰다. 법안이 이날 국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번 회기에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법안 논의 과정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회의를 열어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소위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