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27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3년 연속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것이다. 공급망 재편에 따라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전기·전자 업종 투자가 증가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FDI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신고 기준 FDI는 7.5% 증가하며 2021년(295억1000만달러)과 2022년(304억5000만달러)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207억5000만달러)에 비해서는 3년 만에 57.7% 늘어났다. 지난해 도착 기준 FDI 또한 3.4% 증가한 187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작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FDI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가운데 거둔 성과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이 새 투자처로 부상한 효과라는 평가다. 전체 제조업 FDI는 전년도 초대형 석유화학 투자의 역기저효과로 4.5% 감소한 119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반도체와 2차전지 품목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 투자 규모는 40억6000만달러로 17.7% 커졌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 2차전지 업체들이 우회로를 뚫기 위해 국내 투자를 늘렸다. 이에 따라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의 투자액이 31억2000만달러로 65.6% 증가했다. 이 중 대만 기업의 투자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2022년 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77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유형별로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가 5.5% 증가한 235억4000만달러로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그린필드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다. 기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형 투자는 12.9% 늘며 91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28.1%의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1억달러를 들여 국내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의 김용길 한국대표는 “우수한 협력사가 많고 밸류체인이 잘 구축된 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박한신/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