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美휘발유 재고 급증 소식에 소폭 하락[오늘의 유가]
미국 휘발유 재고 1000만배럴 증가
수요 둔화 우려…유럽 경제지표도 부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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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도 미국 내 휘발유 재고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소식에 소폭 하락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51센트(0.70%) 하락한 배럴당 72.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66센트(0.8%) 하락한 배럴당 77.59달러에 마감했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전날 국제 유가는 3% 급등했다. 이란에서 발행한 의문의 폭격에 중동 불안이 고조된 데가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유전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하지만 이날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1000만배럴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다시 하락했다. 휘발유 재고는 미국의 원유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재고가 늘었다는 것은 원유 소비가 줄고, 공급이 늘었다는 얘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휘발유 재고는 한 주간 1090만배럴 늘어난 2억3695만배럴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가 40만배럴 증가했을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사진=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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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30년여년 만에 주간 기준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고 평가했다.

디젤 및 난방유를 포함한 증류액 재고는 1010만배럴 증가한 1억2590만 배럴로 집계됐다. 역시 시장 전망치인 40만배럴 증가를 넘어섰다. 증류 제품 공급량은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50만3000배럴 줄었는데, 시장은 휘발유 재고에 더욱 주목했다. 해당 기간 전략비축유는 110만배럴 증가한 3억5440만배럴에 달했다.

리터부쉬앤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쉬 사장은 "미국 북동부 지역이 이달 셋째 주까지 비교적 온화한 기온을 보여 디젤 가격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의 경제지표가 둔화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S&P 글로벌이 집계한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12월 47.6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월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47.0)를 밑돌았다.

유럽 경기가 7개월째 위축 국면에 빠진 것이다. 종합 PMI는 종합 경기를 파악하는 선행 지표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그 이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산유국들은 올해에도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협의체는 전날 성명을 내고 석유 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협의체의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OPEC+ 협의체의 이러한 노력은 글로벌 공급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석유 시장의 통제력을 되찾기 위한 냉철하면서도 계산된 움직임"이라며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이들에게 가격 통제력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